정부, 경쟁력 제고방안 발표···시장 자율성에 기댄 모양새
석화업계 “일본처럼 과감한 정부 개입 없이 구조조정 불가능”

LG화학 전남 여수 생산라인. /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생산라인. / 사진=LG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반쪽짜리 지원 정책에 불과한 수준의 구조조정 방안이다. 정부가 책임을 최대한 지지 않기 위해 원론적 수준의 대책만 쏟아냈다.”

“석유화학기업에 구조조정 과정을 자율적으로 맡기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깊이 개입해 적극적이고 신속한 모습을 보여야 우리 업계가 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석유화학 회생 대책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관련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재편과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자율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모양새여서, 업계는 구조조정 방안에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진행 방식이 추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석유화학업계의 불화의 원인이 중국 및 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석유화학산업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을 활용해 인수합병(M&A)과 설비 폐쇄 등을 자발적으로 유도한다고 밝혔다. 또 공급과잉인 나프타분해시설(NCC) 효율화를 독려하고 자유로운 사업재편을 이끌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정책 금융도 지원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유화학업계가 자구 노력을 기울여왔고, 사업재편 의지가 충분한 만큼 정책 및 제도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기업 측이 사업재편 계획을 마련하면 관계 부처와 협력해 최대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움직임에 석유화학업계는 위기를 인지하고 국가에서 지원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과감한 조치가 아닌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은 특유의 보신주의(保身主義)라고 꼬집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정부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는 내용 없이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시장 변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기존 대책에 더해 하루 빨리 정부의 개입 범위가 넓어지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정부 주도의 점진적 구조조정을 통해 석유화학설비 축소에 돌입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2010년 대책 발표 이후 2023년까지 관련 설비를 15% 감축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70% 증가해 빠른 시간 안에 축소 및 폐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일본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해 생산라인을 빠르게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범용 설비인 NCC 등을 늘리는 것에 치중돼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에 구조조정 방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입장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올해 상반기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산업계의 현실을 파악해 빠른 회생이 가능도록 대책을 변경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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