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 여파에 내수·수출 악화 조짐···내년 성장률 1%대 추락 가능성 제기
예산삭감 속 정부 재정 역할 필요성 증대···“산업구조조정·서민금융 집중해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내수, 수출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높아지자 재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 감액 편성으로 예산 대응력도 약화하면서 정부가 선을 긋는 추가경정예산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단 조언도 제기된다. 소비 촉진 등 단기 경기 부양보단 산업구조조정 및 서민금융 강화에 집중해야한단 진단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정국이 예측불허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단,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가 더욱 악화할 조짐이 엿보인다. 계엄령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를 자극,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 또 계엄 여파로 연말연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소비 위축이 체감된단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심리 냉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달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그간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 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주력품목인 반도체는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로 경쟁이 심화하고, 전방 산업 재고 증가 등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또 다음달 출범을 앞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중심 보호무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가 큰 우리나라를 정조준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를 96.1로 전망하면서 전분기 대비 수출 경기가 소폭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 측은 내년도 성장 전망에 대해 “하방리스크가 크기에 하향이 불가피하고 잠재성장률보다 소폭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이 2%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1% 후반에 그칠 것이란 의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경제 마중물로 사용할 예산마저 국회에서 감액돼 정책적 지원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예산당국은 일단 배정된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경기를 부양시키겠단 방침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예산 집행을 강화하되 소비활성화를 위한 추경 편성은 물가 자극 등 역효과가 있어 지양해야 한단 진단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면이 진정되면 소비는 어느정도 올라올 것이지만 문제는 펀더멘탈이다. 이쪽 중심으로 추경이 필요하다”며 “기술은 중국에게 따라잡히고 인구는 줄고 있다. 기술 투자, 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대출 부담에 계속 무너지고 있기에 고용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구조조정은 그냥 도태시킨단 의미가 아니다. 기술이 따라잡힌 산업은 정부 재정을 통해 성장을 도와주면서 고용도 일으켜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단 의견도 나온다. 현재 금리관련 법령 문제 등으로 인해 서민들이 실생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대체하는 서민금융에 대한 재정지원 쪽에 추경을 투입해야 한단 지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아직 예산을 써보지도 않았기에 일단 써보고 상반기 경기 상황 보면서 논의하면 된다”며 “지금 자영업자 연체율이 높아지는데, 단기적으로는 저신용자들을 지원해 견디게 해줘야 한다”며 “장기적으론 기업 구조조정에 투자해야 한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하는데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을 구해주는게 아니라 진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확장재정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추경엔 신중한 기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내년 1분기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 “본예산 조기집행이 우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