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재고자산에 유지·관리비 부담 증가
LG·롯데·한화·금호, 석유화학 4사 올해 1~3분기 적자 5013억원
정부, 日 참고해 구조조정·사업재편 시동···다음달 계획 발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4사의 재고자산이 올해 들어 12.1%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LG화학은 약 5000억원 많아져 4사 중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석화 4사의 올해 3분기 기준 총 재고자산은 7조2166억원이다. 지난해 말 6조4351억원과 비교해 7815억원 많아졌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의 대규모 증설 및 생산량 증가로 공급과잉이 계속되는 가운데 늘어난 재고자산으로 유지·관리비 부담까지 생겨 ‘첩첩산중’이다.
재고자산은 기업이 구매한 원재료 및 판매를 위해 생산한 제품 등의 가치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예측해 수요에 맞는 원재료 구매가 제품 생산으로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기초다.
재고자산이 과거보다 늘어났다는 것은 시장예측에 실패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이 업황불안으로 실적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가동률 조정 역시 잘못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공급과잉으로 물량이 넘치는 시기에는 공장을 최소한으로 운영해 재고를 줄여야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국내 4사 중 올해 재고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이다. 지난해 2조2040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7144억원으로 23.2% 늘었다. 재고증가 및 판매량 감소 등으로 실적 역시 하락세다. 4사의 올해 1~3분기 총 영업손실은 501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1년새 적자 폭이 약 9000억원 늘어난 셈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실적악화 장기화가 계속되는 만큼 우선적으로 설비투자(CAPEX)를 줄여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들어 CAPEX로 6580억원을 투입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축소한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1조8335억원을 투자해, 26% 줄어든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에 빠진 석유화학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정책금융과 인센티브 등의 제도적 지원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제도적 지원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원재료의 관세 인하나 세제 혜택, 금융 지원, 친환경 연구 투자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업의 자발적 산업 재편이 가능하도록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석유화학업계처럼 기업간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으로 산업 재편에 나서기 위해서다. 일본은 1980년대 초부터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재편에 추진해 현재는 전지나 농화학, 기능성 소재 등을 생산하는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생태계에 맞는 지원 및 시장 활성화 정책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