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고정가 작년 11월 대폭 감소
HBM3E 엔비디아 공급도 해 넘겨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가 직전 분기에 이어 지난해 4분기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IT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출하량이 줄어든 탓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에 진입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올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은 매출은 전분기 대비 5.2% 감소한 75조원을, 영업이익은 29.2% 감소한 6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역대 최대 불황기를 맞았던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7%, 130.5% 증가했다. 

D램과 낸드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11월에 전월 대비 20.6%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범용제품 고정가도 D램과 마찬가지로 11월에 전월 대비 29.8% 크게 떨어진 뒤 12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메모리 가격 전망치도 지속해서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당초 지난해 4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한 범용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0~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3~8% 감소로 하향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3~8%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올 1분기 더 큰 폭의 메모리 가격 하락이 전망된다. 직전 분기 대비 D램은 8~13%, 낸드플래시는 10~15%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메모리 가격 전망은 한 단계 더 하락했다. DDR4는 기존 17% 하락에서 28%까지, DDR5는 기존 8% 하락에서 10%까지 떨어졌다”며 “다만 DDR4 외에는 하락폭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과 올해 하반기에는 하락이 멈출 것으로 전망된단 점은 다행”이라고 분석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위한 품질 승인도 결국 해를 넘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요 거래선향 HBM3E 품질 검증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했다며 연내 공급을 시사했지만, 계속 지연된 것으로 파악된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HBM3E 품질 평가에 시간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 “삼성전자는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해야 하고, 해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가 HBM3E 공급을 본격화할 시 올해 2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IT 수요 부진으로  완제품 업체들의 재고조정이 이어지면서 시스템LSI부문 실적이 감소하고, 파운드리 가동률이 하락한 영향이다.

교보증권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사업부문에서 2조 5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5조 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비수기에 접어든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 7월 출시한 폴더블폰 신제품 출시 효과가 떨어지면서 전분기 대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둔화 영향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도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참전이 확대되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다. 주요 거래선인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 신제품 모델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망 이원화를 확대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공급 수량은 증가했지만, 중국 패널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라 전체 패널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세트 업황 둔화, 구형(레거시) 메모리 공급 과잉,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 주요 고객사향 HBM3E 공급 시점 지연 등 기대보다 우려가 부각된 상황이며, 디스플레이, TV·가전 경쟁 심화도 수익성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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