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세대 폼팩터 시장 먼저 선점
내년부터 애플과 경쟁 치열해질듯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Z폴드6와 플립6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Z폴드6와 플립6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올해는 스마트폰이 인공지능(AI)폰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해로 기록됐다. 삼성전자가 연초 갤럭시S24 시리즈에 생성형 AI를 최로로 도입하며 시장을 열었고 하반기를 시작하며 AI를 접목한 신규 폴더블폰 시리즈도 공개했다.

애플은 9월 AI 시스템을 적용한 아이폰16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세계개발자회의(WWDC) 행사에서 선보인 신규 AI 기능을 신제품에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했다. 일부 기능은 베타버전으로 제공됐고, 몇몇 기능 지원은 몇 달 뒤로 미뤄졌다.

스마트폰 업계는 올해를 AI폰 개화기로, 내년엔 생성형 AI를 탑재한 디바이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AI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AI폰을 두고 주도권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AI폰 판정승···내년 신규 AI 기능 경쟁 치열

올해 초만 해도 애플의 프리미엄폰 선두 지위가 더 굳건해질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애플은 연간 판매량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3년만에 1위에 올랐다. 그간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매출액에선 늘 1위였지만, 판매량에선 중저가폰에 강세를 보이는 삼성전자에 밀려왔다. 작년 매출액과 판매량 모두에서 선두 자리에 오르며 상황을 뒤집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기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플래그십폰 시리즈에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하며 반등에 나섰다. 프리미엄폰의 새로운 개념이 될 AI폰 시장을 성공적으로 열었단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전작 대비 35% 증가한 1350만대를 판매했다. 올 1~3분기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각 20%, 19%, 19% 점유율을 차지하며 애플을 다시 앞질렀다. 3분기엔 갤럭시S24가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0위를 기록하며 201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1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이모티콘을 만드는 모습 / 사진=애플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이모티콘을 만드는 모습 / 사진=애플

아이폰 이용자는 신제품 출시 후 세달가량이 지난 12월이 돼서야 애플의 AI 기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향후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신규 AI 기능을 지속해서 추가 개선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 폴더블폰 성장 한계···후발주자 애플, 시장 주도권 노린다

차세대 폼팩터 시장에서도 조만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결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폴더블폰을 처음 출시해 올 하반기까지 6번째 시리즈를 공개했다. 애플은 2026년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가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을 처음 연 이후 지속해서 성장하고는 있지만, 최근엔 그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로 점유율을 빼앗긴 점도 있지만, 폴더블폰 시장 규모 자체가 좀처럼 커지지 않는다.

업계에선 애플의 폴더블폰 시장 진출이 전체 시장 규모 확대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인 애플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폴더블 폼팩터를 위한 패널, 힌지 등 여러 부품업체를 모색하고 복수 공급망 체계 구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차별화를 위한 ‘슬림’ 모델 출시 등을 추진하는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슬라이더블, 롤러블 등 차세대 폼팩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엔 화면을 안쪽으로 두 번 접는 3단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시장 공략법은 명확하다. 신규 시장을 먼저 개척하고 애플이 후발주자로 들어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점유율을 확보해두는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패널 등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넘어서기엔 여전히 역부족일 것”이라며, “폴더블 등 차기 폼팩터에서도, AI에서도 애플이 조금 늦을 순 있어도 충성고객층은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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