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독 가전 시장 먼저 선점···해외 판매 확대
삼성전자도 구독 서비스 정식 출시···AI 가전 집중 판매
내년 B2B 시장 공략도 강화···전년比 매출 성장 추진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전 시장 불황 속에서 구독 서비스와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을 활용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큰 소비자들을 구독 가전 서비스로 공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한편, B2B(기업 간 거래) 영역을 확장해 매출 규모를 키운단 전략이다.
구독 가전 서비스에선 LG전자가 먼저 국내 시장의 문을 열고, 지금은 해외 판매까지 확대하는 중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삼성전자는 대규모 가전 할인행사에 구독 서비스를 연계하고, 인공지능(AI) 제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3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구독 가전 사업을 통해 나란히 성과를 거뒀다. 구독 가전 시장을 먼저 선점한 LG전자는 올해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1조 3000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 전체 구독 매출(9629억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 대비론 5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전체 매출 대비 구독 서비스의 비중은 지난해 약 15%에서 현재 20%를 넘어선 상태다.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까지 13년 연속 가전 구독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까지 최근 5년간 30%가량의 연평균 성장률을 이어왔으며, 올해는 더 큰 폭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이달 1일 ‘AI 구독클럽’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고, 구독 가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출시한 지 3주 만에 공식 온라인 매장인 삼성스토어에서 구독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며 높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구체적으로 냉장고에서 구독 비중이 17%로 가장 높았으며 세탁기 16%, 김치냉장고 1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구독 서비스 제품의 90%를 인공지능(AI) 제품으로 구성해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전을 포함한 국내 구독 경제 시장은 지난 2020년 40조원 수준에서 내년엔 100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전자는 국내 구독 사업 성과에 힘입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등 해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지난 10월 대만, 태국에서 구독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으며, 앞서 말레이시아에서도 정수기, 세탁기, 건조기 등 제품을 구독할 수 있는 ‘LG 렌트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추가 진입도 고려 중이다. 회사는 최근 TV, 에어컨을 중심으로 인도 지역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법인 상장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16일부터 내년 2월 10일까지 진행하는 가전 할인 행사 ‘2025 삼성전자 세일 페스타(삼세페)’에도 신규 구독 서비스를 연계해 AI 가전 판매를 확대한단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자 편의 향상을 위해 AI 구독클럽의 제품부터 요금제, 케어 서비스, 제휴 혜택까지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며 AI 가전 구독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내년 B2B 시장 공략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회사에서 밀고 있는 AI 가전을 B2B향 제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한 ‘IFA 2024’에서 ‘AI 아파트’, ‘AI 오피스’, ‘AI 스토어’, ‘AI 스테이’ 등 4가지 AI B2B 사업영역을 소개하기도 했다. 내년까지 AI 아파트를 30만세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단 목표를 내세웠다. 시스템 에어컨과 빌더, 빌트인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추진한단 계획이다.
LG전자는 B2B 대표 사업인 냉난방공조(HVAC) 매출 확대에 집중한다. 지난 3분기 기준 LG전자의 H&A(생활가전)사업본부 내 HVAC 매출 비중은 25%가량이다. 이중 시스템 에어컨과 칠러 등 B2B 매출 비중은 55%에 달한다.
LG전자는 올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ES(에코 솔루션)사업본부를 신설해, H&A사업본부에서 맡던 HVAC 사업을 이관하고, H&A사업본부는 HS(생활가전 솔루션)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HVAC 사업을 하나의 B2B 담당 조직으로 묶어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기존 H&A사업본부 산하의 HVAC 사업을 신설된 ES사업본부로 별도 분리하고 BS본부의 전기차 충전 사업을 이관했다”며 “ES사업부 신설은 LG전자의 B2B 사업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