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는 판매 수량 소폭 늘었지만 매출↓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국내 IT 디바이스 시장이 수요 회복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도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를 견인하지 못하면서 올해 판매량은 작년에 이어 역성장이 예상된다.
태블릿PC 출하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판매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경기 침체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며 고가형 제품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누적 판매량은 총 984만대로, 전년 동기 누적 판매량(1023만대) 대비 3.8% 감소했다. 2분기까지 소폭 증가했지만 3분기 삼성전자 폴더블폰 신제품과 애플의 신규 아이폰 시리즈가 10.7% 급감했다.
갤럭시Z플립6·폴드6 가격이 전작 대비 인상됐고, 아이폰16 시리즈 신규 AI 기능 출시가 지연된 점 등이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폴더블폰 출하량의 경우 전년 동기(151만대) 대비 37.7% 감소한 94만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신제품 시리즈를 7월 조기 출시하며 판매량 확대를 노렸지만, 폴더블 맞춤형 AI 기능이 신제품뿐 아니라 구모델에도 적용되면서 신규 수요를 끌어내지 못했다.
출고가 상승도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플립6와 폴드6의 256GB 모델 기준 출고가는 각각 148만 5000원, 222만 9700원으로, 전작 대비 9만~13만원가량 올랐다.
내년엔 생성형 AI 스마트폰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초 신규 AI 플래그십폰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애플도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하고 이미지 생성 등 기능을 추가했다.
강지해 한국IDC 연구원은 “비록 전체 스마트폰 시장은 감소세지만, 국내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은 내년 연간 출하량이 1000만대를 돌파하며 프리미엄 제품군과 개발에 적극적인 안드로이드OS를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주요 제조사는 생성형AI가 아직 낯선 사용자를 위해 일부 AI 기능을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해 시장 확대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태블릿PC 출하량은 올해 출하량 기준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지에프케이(GFK)에 따르면 올 1~10월 국내 태블릿PC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판매액 기준으론 같은 기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가형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60만원 미만 제품 판매량이 22% 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중 40만원 이상 60만원 미만 제품 판매량이 49%가량 성장했다. 80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증가했던 2023년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첫 프리미엄급 태블릿PC인 갤럭시탭 S10 플러스와 울트라 모델을 출시했다. 애플은 앞서 지난 6월부터 M4 칩셋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를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유소정 지에프케이 IT 담당자는 “연말 시즌의 긍정적인 기회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확대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쳐 연말 시장은 정체 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질적인 구매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며, 보급형 제품군 확대를 통해 제품 접근성을 높이고 연말 시즌과 신학기 등 주요 특수기에 집중된 프로모션으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