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증설·D램 선단공정 전환으로 EUV 노광장비↑
에스앤에스텍·동진쎄미켐 등 EUV 부품·소재 상용화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증설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 등이 선단공정 경쟁력을 높이려 EUV 활용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소재, 부품업체도 EUV 장비 도입에 따른 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약 150대 EUV 장비를 보유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장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60대, SK하이닉스, 인텔은 각각 10대 수준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국 반도체는 미국 정부의 장비 수출 제재로 EUV 장비 공급이 중단됐다.
EUV는 13.5나노미터(nm) 파장의 극자외선을 이용한다. 7나노급 이하 선단 공정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필수적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이 독점 공급중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이 주요 거래선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EUV 장비 도입 주도
ASML은 2025년 연간 EUV 노광장비 전체 출하량의 30% 이상을 메모리 부문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 전환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EUV 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내년 D램 선단 공정 전환을 위해 상당 규모의 EUV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 다센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열린 ‘2024 인베스터 데이’에서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선단 노드 노광장비 투자 확대로 우리 장비 및 서비스에 대한 강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두자릿수의 매출 성장률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EUV 전용 부품·소재를 개발 중인 회사들도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블랭크마스크 전문기업 에스앤에스텍은 이달 417억원 규모의 용인 공장 신규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말까지 EUV용 블랭크마스크 양산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블랭크마스크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핵심 소재다. EUV용 블랭크마스크는 기존 심자외선(DUV)용 제품 대비 결함 허용 기준이 두 배 이상 높아져 개발 난이도가 높다. 에스앤에스텍은 지난 2002년 블랭크마스크 국산화에 성공한 후 2019년부터 EUV용 제품 개발을 시작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증설 투자를 통해 EUV용 블랭크마스크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TSMC 등 해외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에스앤에스텍 주력 사업은 DUV용 블랭크마스크로, 올 3분기 기준 내수 및 수출 비중은 각각 절반씩이다. 해당 제품은 중국업체에도 공급된다.
에스앤에스텍은 현재 EUV용 펠리클 개발도 완료한 상태다. 블랭크마스크와 함께 국내외 거래선에 납푼할 예정이다.
에스앤에스텍 관계자는 “EUV용 블랭크마스크와 펠리클 상용화를 준비 중”이라며, “특정 고객사를 한정하지 않고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서로 수요가 확인되면 어디든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동진쎄미캠, 감광액 국산화 성공
동진쎄미켐은 EUV용 포토레지스트(PR, 감광액)의 공급처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 감광액은 빛에 반응하는 화학물질로,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표면에 패턴화된 코팅을 형성하는 데 활용된다.
글로벌 감광액 시장은 일본 TOK, 신에츠, 미국 듀폰 등이 점유율을 선점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지난 2022년 국내 최초 EUV용 감광액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라인에 EUV용 감광액을 공급 중이며, 파운드리 영역으로 응용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양엔씨켐은 동진쎄미켐의 감광액에 핵심 구성요소인 폴리머(Polymer)와 광산발산제(PAG)를 생산한다. 최근 EUV용 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동진쎄미캠 외에도 글로벌 거래선과 상용화를 위한 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TSMC와 미국 인텔 등 글로벌 진출을 확대한단 방침이다.
정회식 삼양엔씨켐 대표는 “국내에 진출한 미국 감광액 업체의 본사 연구개발(R&D)팀과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며 최근 납품했던 시제품 중 EUV용 소재도 있다”며 “상당히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내년 양산화까지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