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여파에 中 공장 매각 돌입
인도 현지 일관제철소 짓기로
'수출 물량 18%' 동남아 시장 공략은 숙제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가 장자항포항불수강 매각을 추진하는 등 중국 시장을 정리하는 한편 인도 등 신시장을 개척하면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사업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인 포스코지만, 신시장서 성장 기회를 선점하면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코의 20개 해외법인 중 지난해 흑자를 낸 곳은 7곳으로 집계됐다. 말레이시아, 인도, 미얀마, 태국, 터키, 베트남 등에 위치한 법인들은 흑자를 냈지만, 주요 해외법인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이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냈다.
해외 첫 일관제철소인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영업이익 1억77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2억2100만달러) 대비 수익성이 악화했고, 장가항포항불수강은 영업손실 1억3000만달러를 내 전년(영업손실 6000만달러) 대비 손실 폭을 2배 이상 키웠다.
올해 들어 포스코는 수익성이 악화한 사업 및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120개 사업 혹은 자산을 매각·처분한다는 구상이다.
철강사업 구조조정 첫 타겟은 가장 큰 영업손실을 낸 장가항포항불수강이 될 전망이다.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포스코의 중국 내 유일한 제철소로, 지난 1997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세웠던 스테인리스강 생산기지다.
현지 경기 둔화로 건설용 스테인리스강 시장 전망이 워낙 안 좋은 데다 중국 내 공급과잉 영향으로 중장기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자문사를 선정하는 단계”라며 “다양한 방식을 놓고 매각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 中 지고 인도 시장 뜨고
포스코의 주요 해외 시장도 바뀌었다. 지난 2019년만 해도 대(對)중국 수출 실적은 전체 수출의 16.4%에 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포스코의 전체 해외 매출 가운데 중국 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현재 회사의 주요 시장은 일본과 유럽, 그리고 동남아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까지 총 50여개의 국가에 제품을 판매 중인데, 이중 일본과 동남아 시장 수출 비중이 각각 18%, 유럽은 17%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가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인도다.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인도 철강 시장이 자동차 강판과 건설용 철강재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최근 포스코는 인도에 냉연도금강판 생산법인과 가공공장 운영에 이어 일관제철소를 짓기로 했다. 연 생산능력 500만 톤(t) 규모다.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손잡는다. 투자비는 두 회사가 절반씩 분담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회사의 ‘인도시장 개척’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회사가 운영 중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가 기대 이하의 수익성을 내는 가운데, “인도에서는 리스크가 없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포스코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답했다. 회사는 인도 내 철강 수요가 올해 2억5000만t에서 2030년까지 2억t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월드스틸다이내믹스는 인도 철강 수요가 오는 2047년 4억t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주요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로 공급망이 분절되면서 현지화 이점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파트너십 기반의 상공정 진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단 방침이다”고 했다.
동남아 법인 실적 개선은 숙제로 남았다. 크라카타우포스코를 비롯해 베트남 PY비나도 올해 들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동남아 현지 철강 생산이 증가한 데다 중국 철강사들의 과잉 공급 여파가 미치면서다. PY비나는 올 2분기 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해 3분기에도 15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