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4개월새 공장 2곳 문 닫아…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패쇄 결정
中, 자국서 소비 못하는 철강재 韓으로 대량 수출
수입 철강재에 밀려 조강 생산량 2010년 이후 최저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 사진=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산업의 쌀’로 꼽히는 철강 산업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불황에 전기료 인상,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물량공세 등의 ‘삼중고’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제철소는 잇따라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이 공장이 위치한 포항에서는 주력 산업인 철강의 위기에 지역경제까지 침체될 위기에 놓였다. 

포스코는 지난 19일 45년 9개월간 가동했던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선재는 철강 반제품을 압연해 선 형태로 뽑아내는 제품이다. 강선과 와이어로프, 용접 등을 제작하는 중간 소재다.

1선재공장은 장기간 가동되면서 총 2800만톤(t)의 철강재를 생산했다. 그러나 수요급감과 해외 기업의 물량공세 등에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문을 닫게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여건과 설비 노후화, 경쟁력 및 수요 감소 등으로 1선재공장의 효율화를 결정했다”며 “1선재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은 포항 2~4선재공장이 맡는다. 근무 직원도 이달 말까지 공장을 정리한 후 다른 업무에 재배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 7월 포항 1제강공장도 셧다운(폐쇄)한 바 있다. 제강 공정은 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조정하는 제철소의 핵심 공정이다. 선재 공정은 고로에서 생산된 반제품을 제품화시키는 후공정이다. 4개월 만에 포스코의 핵심 생산라인 2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국내 2위 철강기업인 현대제철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달 중순 포항 2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이 공장에는 제강과 압연 공정 시설이 있다. 연강 제강 100만t, 압연 7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제철 연간 철강 물량의 약 5% 수준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잇따라 공장을 폐쇄한 이유는 해외 저가 철강 물량의 무분별한 수입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제품의 공급과잉이 포스코·현대제철 철강재의 공급량 및 단가하락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서다.

중국은 내수 침체로 자국에서 과잉생산된 철강재가 소비되지 못하자, 우리나라로 대거 밀어내기 수출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통량은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재는 753만5000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증가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37.3% 많아졌다.

중국 물량이 많아질수록 국내 조강 생산량을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9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t으로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21년에는 5287만t, 2022년 5066만t, 지난해는 5042만t 등이었다.

공장 가동률도 3년내 최저 수준이다. 포스코는 85%, 현대제철은 84.2%다. 실적도 악화일로다. 포스코의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4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515억원으로 77.4%나 줄었다.

포스코 및 현대제철의 실적악화로 인한 공장폐쇄에 협력업체는 물론 포항 경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에 공장들이 문을 닫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직원들의 지갑도 더 닫힌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포항시청은 현재보다 더 큰 지역경제 위기가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담 대응팀을 꾸려 정부에 철강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위기 특별지역 지정도 건의할 방침이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지역 주력 산업인 철강이 대내외적 여건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고 포스코와 현대제철, 유관 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하루 빨리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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