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재 수입량 급증···가장 큰 타격은 선박용 후판
탄핵 정국에 中 관세 부과 ‘하세월’···“정부의 빠른 결단 필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부진은 물론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 등 대내외 악재로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올해를 보냈다. 수요감소에 더해 후판 등 주요 제품의 가격조정에도 어려움을 겪어 수익성이 크게 줄어서다.
실적 역시 급락해 철강사들은 정부가 나서 중국의 물량공세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수입량을 줄여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이 도래하면서 관련 안건이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인 탓에 위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코 철강 부문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조195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8190억원)과 비교해 34.3% 줄어든 성적이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다. 올해 1~10월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53만5041톤(t)으로 2021년(754만5041t) 및 2022년(675만5759t)의 수입량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수입량은 872만8214t으로 올해 역시 비슷한 규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량 증가에 유통·판매 가격이 낮아지면서 국내 철강사의 수익성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후판이 대표적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핵심 수요처는 조선사다. 선박 제조원가의 약 20%는 후판에서 발생한다. 조선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에 3~4년치 일감이 가득한 만큼 포스코 등에서 많은 후판을 구매 후 선박 건조에 투입, 이 과정에서 철강사의 수익성도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많은 일감에도 국내 철강업계의 후판보다 중국산 제품 사용량을 늘리는 추세다. 중국 제철소는 낮은 인건비·전기료 등을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t당 70만원대로 국산보다 10만~20만원 저렴하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는 판매량은 물론 낮은 가격에 납품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고, 후판 가격협상에서도 매번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마찬가지인 현재 상황을 정부가 나서 조정해주길 강력하게 요구 중이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반덤핑 제소에 나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여 올해 10월부터 반덤핑 예비조사에 나섰다. 단, 예비조사 기간에도 후판 수입업체가 계속해서 중국 물량을 국내에 들여오자, 추가 조치로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국내 철강사를 지켜야 한다고도 건의했다.
일반적으로 반덤핑 제소는 조사 기간으로 최대 1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반덤핑 조사가 개시된 후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임시로 부과하는 관세다. 예비조사 단계에서 덤핑 사실이나 국내 산업계에 큰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피해 방지를 위해 부과할 수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신속한 조사를 걸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며 “중국 저가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계를 위해 빠른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 의결로 잠정 관세 부과가 차일피일 연기될 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철강업계는 지키기 위해 하루 빨리 정부의 발표가 있어야 하는데 행정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선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는 한 기업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국내외 시장은 물론 상대 국가와의 외교 상황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며 “정국 혼란 시기에도 철강업계의 지속생존을 위해 하루 빨리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