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화석연료 친화 정책 재개 수혜 전망
유가하락→수요증가→정제마진 상승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가 2년의 보릿고개를 딛고 내년 들어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유가 약세에 더해 실적지표인 정제마진 상승이라는 ‘겹호재’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내년초 2기 행정부가 본격 가동되면, 석유나 천연가스 등 전통 에너지 생산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확실시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 중인 탄소 배출량 감축 등의 친환경 정책 및 에너지 육성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2022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해 ‘횡재세(초과이익환수세)’를 걷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같은해 2분기 전국 평균 휘발유 1리터(L) 가격은 2008.7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겨 21.5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를 기점으로 정제마진은 하락세를 그렸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실적하락이 본격화되서다. 정제마진 하락에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3분기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석유사업 부문에서 6166억원의 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내림세를 보여 손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덕분이다. 그는 1기 행정부 초기 화석연료 친화 정책을 폈다. 미국 등에서 원유 채굴·공급량이 많아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바 있다. 이 현상은 내년초 시작될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석유제품 수요가 커져, 정유업계의 실적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상승한다.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넘겨 정유사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 일시적으로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유가가 급락하면 이미 구매해놓은 원유에 한해 재고평가손실이 나타나서다. 정유사는 원유 구매시점보다 이송·정제하는 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이를 손실로 처리한다.
그러나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하락에 더해 제품 판매량 증가로 정유업계에 호재가 된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고려하면, 국내 석유제품 물량의 수입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강대국의 기싸움에 우리나라가 반사이익을 받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북미 지역으로의 석유 제품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약 300만톤(t)”이라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동되면 현지 수요 증가는 물론 중국산의 공백을 우리 제품이 채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