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분쟁 격화에 흔들리는 유가
美 원유공급량 물려 물가 안정화 집중
韓 정유사, 대미 수출량 늘리기 위한 채비 만전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러시아를 향해 쏘아진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러시아를 향해 쏘아진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이 기존보다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정세가 더욱 불안해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러시아가 핵 사용 규칙 개정으로 대응하면서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급등한 바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임 등으로 나타날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19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브렌트유 1월물 가격은 배럴당 73.31달러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원물인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23달러(0.33%) 오른 69.39달러에 장을 마쳤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러시아 서부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300km ATCMS 미사일을 러시아에 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이 담긴 ‘핵 억제력 국가정책지침(독트린)’을 개정해 핵무기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두 국가의 분쟁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러시아산 원유의 글로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더욱이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북해의 요한 스베르트두프 유전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도 유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에퀴노르는 생산 재개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가동 시점은 미지수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글로벌 원유 시장에 공급량이 많아 러-우 분쟁이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현지 원유 재고가 많아지면서 시장 예상보다 유가 반등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동안 급등락이 반복되는 시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IA는 지난 15일 끝난 주간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4만5000배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조사기관 S&P글로벌커머디티인사이트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80만배럴 감소를 전망했는데,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유가급등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원유 공급량을 늘리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1기 행정부 초기 화석연료 친화 정책을 폈다. 이로 인해 미국 등에서 원유수요가 많아지면서 국제유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 바 있다. 이 현상은 2기 정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빠르게 상승한다. 고물가·고유가에 소비경기 침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식 출범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유가안정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업계는 급등락을 반복하는 원유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미국·러시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향후 중국의 원유 물량을 최대한 수입하지 않을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국내 물량을 어느 정도 소화할지 계산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의 정제 석유제품 중 약 60%는 수출 물량”이라며 “정제마진 하락에 수년간 정체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도록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현지 수출량을 늘리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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