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항공기 승객, 50억명 첫 돌파···전년比 6.7% 증가
항공유, 국내 4사 매출 15~20%···여객·화물 증가에 실적개선 기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고환율 및 업황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항공유’가 실적 방어 및 상승을 주도하는 첨병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항공사의 여객기 보유랑 증가는 물론 여행 수요증가에 힘입어 항공유 판매량이 예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실적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다.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와 고환율, 소비 경기침체 등으로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면서 정유사의 항공유 판매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설 연휴기간이 늘어나면서 해외를 찾는 한국인은 여전히 많은 상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항공기 승객 숫자는 처음으로 50억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52억명이 항공기를 탈 것으로 본 것이다. 화물 운송량도 5.8% 많아진 7250만톤(t)에 달할 것으로 봤다.
항공업계는 여객기 등을 추가 확보해 늘어난 항공·화물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에어버스 A350-900 여객기 2대를 도입했다. 에어버스와 지난해 3월 A350 계열 항공기 33대를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1·2호기가 도입된 것이다. 첫 운항은 이달말 시작한다. 남은 A350-900 4대와 A350-1000 27대 등은 향후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저비용 항공사(LCC) 중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올해 8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다. 이들 항공기는 유럽 노선 증편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항공유 판매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에 오랜만에 ‘호재’가 찾아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항공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한동안 침체기를 보인 실적이 어느 정도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제마진도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넘어 8달러대를 기록 중이어서 시장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지속가능항공유(SAF)는 시장 형성기 초기 단계여서, 매출 본격화는 2030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AF는 석탄이나 석유 대신 폐식용유 및 동식물성 기름,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생산하는 친환경 항공유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80%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연료로 주목 받는다.
단, SAF는 일반 항공유보다 2~7배 비싸며, 원재료 수거 및 가공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정유 4사가 앞다퉈 SAF 생산라인 구축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SAF의 항공유 대체 비율은 0.29%에 불과하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항공유 시장은 수요증가에 힘입어 올해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반면 SAF 대체효과는 2030년 이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몇 년간 기존 항공유 우위 시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