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수출액 10억달러 돌파
불닭 브랜드 키우고자 소스 확대
“관세 인상 여부에 예의주시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자 K-푸드 업체들은 향후 미국 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관세 인상을 제시했었기 때문이다. 올해 K-라면 열풍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미국 수출로 성과를 거뒀던 삼양식품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변동될 관세와 달러 환율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 구축과 불공정 무역 관행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외국 생산자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곘다고 강조해왔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되고 있는 스플래시 불닭 광고 영상. / 사진=삼양식품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되고 있는 스플래시 불닭 광고 영상. / 사진=삼양식품

K-푸드 업체 중 가장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부문은 ‘라면’이다. 올해 한국 라면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0억달러를 돌파하며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으로 수출한 농·식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라면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향 농·식품 수출액은 13억1000만달러고, 이 중 라면 수출액은 10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라면 수출 호조 배경엔 삼양식품이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SNS서 주력 제품 ‘불닭볶음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 미국 유명 여성 가수 카디비 등이 불닭볶음면을 SNS에 올려 대중적으로 확산되면서 삼양식품은 라면 3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 중 시가총액 1위 차지, 주가 상승 등 성과를 냈다. 현재 삼양식품 시가총액은 4조3767억원으로 농심(2조2110억원)과 오뚜기(1조6152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삼양식품은 올 2분기 매출 4244억원, 영업이익 89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1분기에 800억원대 영업익을 낸데 이어 2분기엔 900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냈다.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이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7%, 104.6%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 매출 성과도 두드러진다. 삼양식품은 지난 2분기 해외 매출(3321억원)이 전체 매출의 78%까지 올라섰다. 특히 삼양식품 라면이 미국서 인기를 끌면서 삼양아메리카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그간 삼양식품 해외 매출 대다수는 중국에서 나왔지만, 올 상반기엔 미국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1년 출범한 삼양아메리카 매출은 2022년 629억원, 지난해 1599억원을 냈다. 올 상반기엔 1504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불닭볶음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삼양식품의 미국 매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에만 치중돼 있다는 일명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를 불식시키고자 소스로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소스 인지도 확대를 위해 지난달부터 뉴욕, LA 등에서 ‘소스 익스체인지’, ‘불닭 라이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불닭소스 광고를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현지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최근엔 수출 최대 국가였던 중국과 비등한 수준으로 미국 시장 비중이 확대됐다”면서 “꾸준히 확산하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불닭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과 삼양아메리카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삼양식품과 삼양아메리카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공약대로 관세가 적용되면 삼양식품에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불닭볶음면처럼 맵고 자극적인 맛을 가진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추가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경우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엔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단 계획을 수차례 밝혀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FTA 체결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대선, 농업·통상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자국 농업에 대한 보호를 거듭 강조하는 공화당의 기조를 감안할 때 트럼프 당선 시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 통관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면서 “대미 농식품 수출의 통관 및 검역 단계에 대한 관리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양식품은 라면 3사 중 수출을 중심으로 미국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쟁사인 농심은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서 삼양식품을 ‘미국 중심 수출 기업’으로 재분류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삼양식품은 지난 3월 연간 5억6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 건설에 1643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면적 3만4576㎡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라면 생산라인 5개가 들어선다. 삼양식품은 건설 중인 2공장을 미국과 중남미 등 미주 시장을 겨냥한 불닭볶음면 전용 생산라인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가 K-푸드에 힘실어 해외 수출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인데 관세가 지금보다 높아지면 가격경쟁력 면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곤 있지만 다른 산업군 대비 K-푸드 타격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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