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인기···삼양식품, 농심 시가총액 넘어서
2026년 연 매출 2조원 가능성 제기···주가도 상승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6억달러(약 8300억원)에 육박했다. K-푸드 중 라면이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으로 꼽힌 배경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서 일명 ‘불닭볶음면 잭팟’을 터트리며 라면 수출 일등 공신 타이틀을 얻었다. 주가 상승, 현금창출능력까지 개선한 삼양식품은 올해 농심을 제치고 K-라면 1위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은 47억6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라면은 올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2.3% 증가한 5억9000만달러에 달하며, K-푸드 중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으로 꼽혔다.

삼양식품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삼양식품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농식품부는 K-라면의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은 온라인 채널, 대형마트 입점 확대로 지난달 말 누적 수출액이 각각 1억달러를 돌파했고, 유럽 수출액도 꾸준히 늘어 상반기 기준 최초 1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SNS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탄 것이 주효했다. 틱톡에 등장한 불닭 관련 게시물은 3억7000만건을 넘겼다.

불닭볶음면이 효자 노릇을 하면서 삼양식품의 실적은 상승세다. 삼양식품은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8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235%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올 1분기 75%까지 증가했다.

삼양식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재고자산은 올 1분기 1240억원으로 지난해 말(1421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품 재고자산은 792억원에서 674억원으로 줄었다. 즉 재고가 소진되면서 제품이 빠르게 판매됐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선 삼양식품이 2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넘는 영업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2분기 삼양식품이 연결 기준 매출 3774억원, 영업이익 92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2.3%, 10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 삼양식품 불닭 챌린지가 확산되고 까르보 불닭볶음면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높은 인기를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라면 시장은 농심이 수년째 1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엔 농심이 되려 삼양식품을 쫓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농심은 불닭볶음면에 맞서 별미볶음면을 내놨다. 시가총액도 이날 기준 삼양식품은 4조6629억원인 반면 농심은 2조7007억원으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밀양공장 내부. / 사진=삼양식품
밀양공장 내부. /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올해 여름 특수인 비빔면 생산을 중단할 정도로 불닭볶음면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삼양식품은 공장·물류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2022년 밀양1공장 완공 후 2년 만에 2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 건설에 총 1643억원을 투자했다. 연 면적 3만4567㎡(약 1만456평)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총 5개의 라면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8억개(원주·익산·밀양1공장)에서 약 24억개로 증가하게 된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밀양2공장 착공식에서 “글로벌 메이저 식품기업으로 도약하는 지금, 보다 적극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밀양2공장 신설을 결정하게 됐다”면서 “밀양1공장, 2공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생산하게 된다면 우리는 초격차 역량 강화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 식품 기업으로서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양2공장이 내년 상반기 완공되면 연간 최대 5억6000만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하다”면서 “기존 밀양1공장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수출 볼륨을 키우고 밀양2공장은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실적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재무 지표도 크게 개선했다. 삼양식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해외 식품 비중 매출이 늘고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올 1분기 현금창출능력이 대폭 개선됐다. 삼양식품은 올 1분기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960억원으로 전년 동기(515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올 1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도 2179억6507만원가량으로 기록됐다. 삼양식품이 밀양2공장 시설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진행한 까르보불닭 역조공 이벤트. / 사진=삼양식품
미국에서 진행한 까르보불닭 역조공 이벤트. /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의 주가도 상승 흐름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전날 대비 0.81% 오른 주당 61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선 삼양식품 목표주가를 72만원 선으로 올렸다.

올 하반기에도 삼양식품은 해외사업부문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미국·중국·일본·인도네시아 등 현지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유통망 확대하는 동시에 중동, 유럽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밀양 2공장이 준공되면 기존 대비 생산 능력이 약 40% 증가하는데, 현재 높은 인기가 유지된다면 2026년엔 삼양식품이 무리 없이 매출 2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밀양2공장 증설에 따른 수출 성장 여력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이 수출 초기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다 최근엔 미주, 유럽 등으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아시아 지역에선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고속 성장세를 보이는 미주 등에선 판매 채널을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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