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주가 하락으로 삼양식품에 시총 1위 내줘
1분기 영업익도 감소···유럽 시장 공략 속도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최근 K-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라면 대장주’ 쟁탈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라면 업계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던 농심은 삼양식품에게 다시 자리를 내줬다. 농심은 신라면‧새우깡 등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뉴(new) 농심’ 밑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매출 비중이 높은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라면 1위 기업으로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면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농심과 삼양식품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삼양식품 시가총액(2조4520억원)이 농심(2조4483억원)을 넘어서면서다. 농심이 라면 대장주 자리를 내준 것은 한국거래소가 개별종목 시총 데이터를 집계한 이래 처음이다.
농심이 다시 시총 1위를 되찾는 듯 했지만 이날 주가가 하락하면서 삼양식품이 라면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농심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4000원(0.94%) 내린 4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삼양식품 주가는 34만35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8000원(2.38%) 상승했다. 주가 하락 영향으로 농심 시총은 2조5578억원으로, 삼양식품(2조5876억원)보다 뒤처졌다.
시총 1위를 빼앗긴 농심은 올 1분기 실적 하락까지 맞았다. 농심은 연결 기준 올 1분기 매출 8725억원, 영업이익 6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531억원으로 1.8% 감소했다. 매출 원가와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라는 것이 농심 측 설명이다.
여기에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농심을 위협하자 농심은 해외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농심은 오는 6월부터 프랑스 톱2 유통업체인 ‘리끌레르’와 ‘까르푸’에 기존 신라면 외 너구리‧순라면(채식라면) 등 주요 라면과 스낵 제품의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려 공식 입점한다.
농심은 프랑스 대형유통업체 입점을 계기로 ‘유럽 진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농심은 유럽 전역의 트렌드 분석, 현지 최적화 마케팅 활동 전개를 위한 유럽 판매 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서남부 전역도 프랑스와 함께 공략하면서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도 현지 유력 거래선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 농심이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해외에서의 높은 성과가 있다.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미국 제2공장은 지난 2년간 농심 해외 매출의 중심축으로 활약하며 미국 현지서 신라면 매출 확대는 물론 다양한 제품의 생산 능력을 뒷받침했다. 제2공장 가동 첫해인 2022년 미주지역(미국+캐나다) 매출은 4억9000만달러(약 6593억원)로, 1년 만에 약 24% 증가했고 지난해는 5억3800만달러(약 7239억원)로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남‧북유럽을 포함, 본격적인 유럽 시장 전역을 공략하고 충분한 글로벌 생산 능력을 갖춰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다양한 농심 제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K-라면 수요에 걸맞는 마케팅 활동과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춰 앞으로도 K푸드 대표기업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농심은 핵심 제품뿐 아니라 그룹 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의 미국 시장 확대도 예고했다. 올해 메가마트는 캘리포니아주에 점포 2개를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메가마트가 국내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내세우지 못하자 미국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메가마트는 별도 기준 매출액이 2020년과 2021년 각각 5263억원, 5048억원의 매출을 내며 ‘매출 5000억원대’를 유지하는 듯 했으나 2022년 4503억원, 지난해 4176억원으로 다시 하락했다. 영업적자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메가마트 미국법인은 2017년부터 7년 연속 매출 증가세다.
업계 안팎에선 그간 꾸준히 제기됐던 농심 계열분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농심그룹은 오너 3세 신상렬 상무가 맡고 있는 미래사업실을 지주사가 아닌 계열사 농심에 신설해, 향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뒀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메가마트 계열분리는 신춘호 회장이 작고한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메가마트 계열분리가 이어지면 농심은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동익 부회장이 지난해 말 대표이사직 사임하고, 메가마트 계열사를 재편하면서 메가마트 계열분리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농심은 지난 2022년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이후 내부거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이 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된다. 농심과 주요 계열사들(율촌화학·농심태경·엔디에스·농심기획·농심미분)의 총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율촌화학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46%, 농심기획은 63%, 농심태경은 50% 등에 달했다.
다만 농심 측은 “계열 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