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맞춤형 HBM에서 경쟁사 파운드리 활용 검토

박문필 SK하이닉스 HBM PE 담당 부사장이 5일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가속기 트렌드와 HBM 전망’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박문필 SK하이닉스 HBM PE 담당 부사장이 5일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가속기 트렌드와 HBM 전망’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고명훈 기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SK하이닉스가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과정에서 대만 파운드리 TSMC와 협업을 강화한다. 수율 및 품질 개선에서 협업을 강화해 맞춤형 시장 공략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박문필 SK하이닉스 HBM PE 담당 부사장은 5일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가속기 트렌드와 HBM 전망’ 세션에서 “HBM3E(5세대)까지 베이스다이에 D램 프로세스를 해왔는데 앞으론 전력 소모와 대역폭 개선을 위해 로직 바운더리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TSMC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HBM3E 이후 HBM 시장은 맞춤형 제품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기업별로 다른 요구사항을 맞추려면 메모리 뿐만 아니라 로직반도체 기능이 더 다양하게 필요하다. 이를 구현하려면 시스템반도체 제조경험이 많은 TSMC와의 협업이 더 중요해진다.    

HBM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정한 표준에 맞춘 제품과 맞춤형 제품  두가지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박 부사장은 “HBM은 표준에 맞춰 업계 공통으로 사양과 모델이 표준화된 HBM4, HBM4E가 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과 설계자산(IP)을 베이스다이에 적용하는 맞춤형 HBM도 있다”며 “GPU 만드는 회사가 TSMC이고, 여기서 HBM도 다 같이 만들기 때문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하는 등 협업을 가져가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JEDEC 표준으로 확장돼서 하나로 통합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은 공존하는 그림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HBM을 하면서 쌓아온 IP 관련 노하우들은 AI 시스템에 최적화된 좋은 메모리를 연구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고객은 본인이 원하거나 본인이 유리한 아이템들을 우리 쪽에서 수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사업부 HBM 개발에서 벗어나 앞으로 맞춤형 HBM에선 TSMC와 협업하는 방향도 검토할 전망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4의 경우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복수 고객사들과 커스텀 HBM 사업화를 준비 중”이라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서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부 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 기준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다. 최신 5세대 제품인 HBM3E에서 SK하이닉스는 올 초 가장 먼저 8단 양산에 돌입했으며, 연내 12단 제품도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공급을 앞뒀다. 더 나아가 16단 HBM3E도 개발해 내년초 시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고객사에선 HBM에서 기존에 해왔던 일반 D램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품질과 수율을 요구한다”며 “양산 경험이 많고, 수율도, 품질도 맞출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서 최적화했다. 여러 가지 실험과 양산 경험을 통해 불량 요인을 미리 찾아내고 이를 통해 같은 불량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Screen)하는 역량도 많이 쌓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관리 작업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불량을 웨이퍼 테스트 단계에서 일찌감치 차단해, 공정간 피드백 속도 향상과 원가 절감을 꾀하는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며 “불량을 미리 다 잡아내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훨씬 더 줄어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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