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3분기 누적 13.7% 성장···유럽·미국차는 일제히 감소
HEV 인기에 일본차 판매도 늘어···높은 연비에 오랜 노하우로 HEV 시장서 강세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차 비중에 연두색 번호판 타격 적어
일본 여행 활성화에 따른 반일 감정 약화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일본차 업계만 홀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차의 경우 국내에서 최근 인기가 올라간 하이브리드(HEV)와 더불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차 비중, 일본 여행 활성화에 따른 노재팬 현상 약화 등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일본차 판매량은 1만9226대로 작년대비 13.7% 늘었다. 다른 지역들을 살펴보면 가장 시장이 큰 독일차는 12만1008대로 작년대비 14.2% 감소했으며, 스웨덴은 1만1533대(15.3%↓), 영국 9363대(21.8%↓), 프랑스 752대(48.5%) 등 유럽차 모두 작년대비 판매량이 줄었다. 미국차(테슬라 제외) 역시 8706대로 전년대비 28.5% 감소했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렉서스코리아는 1만196대로 작년대비 1.5% 늘었고, 토요타코리아는 7059대로 16.8% 증가했다. 혼다코리아는 1921대로 전년대비 2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 HEV 전통 강자 일본
이같은 일본 브랜드 강세는 우선 HEV 인기 영향이 크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HEV 인기가 계속 상승하면서 전통의 HEV 강자인 일본차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HEV 판매량은 27만2341대로 작년대비 21.7% 늘어나면서 디젤차(10만9924대)를 제치고 전체 파워트레인 중 2위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해 같은 기간엔 HEV는 22만3872대, 디젤차는 23만9874대로 약간 뒤처진 바 있다.
일본차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인기 모델이 HEV인데다 오랜 기간 쌓인 HEV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비 등에서 다른 브랜드보다 고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 인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HEV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점도 일본차 강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르면 올 연말 토요타 캠리 HEV 신형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향후에도 일본차 판매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형 캠리 HEV는 새로 바뀐 내·외장 디자인과 첨단 편의 사양, 18㎞/ℓ 이상의 높은 연비 등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 일본차, 법인 비중 30% 밑돌아
HEV 뿐 아니라 법인차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일본차 브랜드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정부가 고가 법인차에 대해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입차 전반적으로 법인차 판매량이 떨어졌지만, 일본차는 법인차 비중이 낮아 피해가 덜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렉서스 법인차 판매는 2581대로 전체 판매의 25.3%를 차지했다. 렉서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토요타는 1300대로 비중은 18.4%에 그쳤으며, 혼다코리아는 191대로 비중은 9.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법인차 판매는 6만7417대로 전체 판매(19만3998대)의 34.8%를 차지했다. 특히 수입차 상위권은 독일차 브랜드의 경우 법인차 비중이 높아 타격이 컸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BMW코리아 법인차 판매 비중은 41.17%였으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46.38%, 아우디는 29.07%, 포르쉐 49.08%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일본 여행이 늘어나고, 한일 관계 개선 등으로 노재팬 영향이 약화된 점도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일본 여행객은 1632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453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반일 감정이 심화되면서 일본차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불매운동 여파가 사그라들면서 일본차에 대한 국민 여론도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