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년 9개월만 최저치···OPEC '석유수요 하향' 전망 영향
정유사 영향 가장 커···경기침체 맞물려 석화업체도 타격
해운업계, 매출 15%가 유류비···반사이익↑

미국 석유채굴기. / 사진=연합뉴스
미국 석유채굴기.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제유가하락으로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이 붕괴되면서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원가에서 차지하는 유류비 비중이 높은 해운업계는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배럴당 70달러 선이 무너졌다. 유가가 60달러대에 도달한 건 지난 2021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65.75달러까지 밀렸다.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70달러 선을 지켰지만, 브렌트유와 WTI 가격을 시차를 두고 뒤따라가는 특성상 곧 60달러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과 미국 허리케인의 석유 관련 시설 급습 가능성이 커진 영향 탓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발간한 보고서 내용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OPEC은 지난 12일 월간보고서를 내고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배럴에서 203만배럴로 낮춰잡았다. OPEC은 중국의 경기 둔화를 수요 감소의 주 원인으로 봤다.

GS칼텍스 전남 여수 생산라인. / 사진=GS
GS칼텍스 전남 여수 생산라인. / 사진=GS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은 국내 정유사들에게 가장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유조선에 싣고 국내에 들여와 석유제품으로 가공하는 데 최소한 2개월여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유가가 하락하면 수익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원유 비축분에 대한 재고평가손실도 뼈아플 예정이다.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재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계도 울상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원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되지만,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국면에는 제품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견한 고객들이 구매를 미루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하는 경우에는 저렴한 제품 가격 덕분에 판매량이 늘 수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현 상황에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운업계는 유가하락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업계는 해상운임이 높은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까지 덜게 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해운사의 선대운영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액 대비 약 15%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홍해 리스크로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면서 운항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연료비 지출 규모도 늘어났다”며 “운임이 운임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유가 하락 효과가 더 커졌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