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 시장에 큰 지장 불가피”
이스라엘 단독 핵시설 공격 가능성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사이의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사이의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이스라엘이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재보복하겠단 방침을 분명히 한 가운데, 핵시설 외에도 석유·가스 생산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직접 타격할 표적 시설들로 핵시설, 군 기지와 더불어 정유소, 항구, 정유 가공 공장, 원유 저장소 등 석유·가스 생산 시설이 지목된다.

해당 시설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까운 이란 서부에 대부분 밀집해 있다. 이란은 이중 상당수를 해안이나 섬에 구축하고 있다. 주요 원유 수출 기지인 페르시아만 하그르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란 석유 시설이 공격받으면 세계 석유 시장 가격이 다시 한번 상승할 전망이다.  이란이 하루에 생산하는 석유는 약 300만 배럴가량으로, 세계 공급량의 3%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란에 대한 제재들로 해당 생산 시설에 대한 중요성은 과거 대비 다소 줄었지만, 전체 글로벌 석유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단 전망이다.

NYT는 “이스라엘이 과거보다 더 강력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란을 직접 타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의 석유와 가스 시설이 손상되면 이미 허약해진 이란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고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석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공격을 우선으로 표적 삼고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우려해 공격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단 분석이다. 이란은 우라늄 생산 및 농축 시설과 우라늄 광산, 연구용 원자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란이 해당 시설을 통해 핵무기를 개발하기까지는 최소 몇 달에서 최대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스라엘이 미국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란 석유 인프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지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논의 중’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NYT는 “이스라엘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이스라엘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지만, 최근 이스라엘 관리들은 당장 핵시설을 공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며 “여러 핵시설을 목표물로 삼는 것은 미국 도움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1일 이란은 이스라엘 군사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약 200발을 쏟아붓는 공격을 단행한 바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공격 직후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IRGC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로푸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폭사했던 인물들이다.

같은날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번 공격을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반드시 후과가 있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NYT는 이스라엘이 과거보다 더 강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재보복에 대한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이란을 직접 타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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