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부터 현지 환자 투여, 후속 물량 출하···PBM과 전문약국 등 수직통합채널 구축
녹십자 알리글로 제품력 강조, 불순물 제거 역할···고가전략은 전문약국에 고마진 보장 분석
17세 이상만 처방은 불리, 경쟁품목과 차이···하반기 5000만弗, 2028년 3억弗 매출 목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GC녹십자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현지에서 제품력과 고가전략이 통할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미국행 선박에 선적한 알리글로 초도 물량은 7월 말 현지에서 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8월 10일부터 미국 환자를 대상으로 알리글로 투여가 진행되고 있다. 2차와 3차, 4차 후속 물량 출하도 마무리됐다. 알리글로는 지난해 12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다.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출시 후 현재 시그나 헬스케어와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등 미국 내 주요 보험사 3곳에 알리글로 처방집이 등재된 상황이다. 앞서 ESI(익스프레스 스크립츠) 등 미국 내 3대 PBM(처방급여관리업체)을 포함한 6곳 PBM·GPO(의약품 구매대행사)와 계약도 완료됐다. 전문약국과 파트너십 체결도 마무리된 상태다. 이같은 작업은 미국에 소재한 GC녹십자 자회사 ‘GC 바이오파마 USA’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지난해 12월 FDA 승인 이후 추진해 온 보험사, PBM, 전문약국, 유통사에 이르는 수직통합채널 구축이 일단락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GC녹십자 관계자 A씨는 “회사는 6곳의 PBM·GPO 계약 및 3곳 보험사 등재를 통해 목표로 한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 80%를 확보했다”며 “추후 GC녹십자 제품을 취급하는 전문약국과 파트너십을 늘리는 등 미국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GC녹십자 알리글로가 미국에서 출시된 데 이어 유통망을 구축함에 따라 향후 관건은 어떤 전략으로 얼마나 현지 시장에 진입하느냐 여부로 요약된다. 참고로 글로벌 혈액제제 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은 16조원 규모다. 우선 GC녹십자가 강조하는 장점은 제품력이다. 구체적으로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공법을 활용했기 때문에 혈전색전증 발생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 등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등 우수한 안전성이 꼽힌다.
특히 불순물 제거에 강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불순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리콜된 사례가 일부 있기 때문에 품질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GC녹십자가 수년간 공을 들여 개발한 신약이 알리글로인만큼 제품력이 우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 대비하는 GC녹십자의 또 다른 전략은 고가정책이다. 일각에서는 알리글로가 높은 가격을 내세울 경우 오히려 매출이 낮아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국 약업계에서 흔히 일컫는 가격경쟁력을 거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알리글로 품질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GC녹십자의 알리글로 고가전략을 미국 시장에서 전문약국에 높은 마진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분석하기도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전문약국은 미국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절반 가량을 유통하는 채널”이라며 “전문약국에 고마진을 제시하면서 많은 매출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판매가격은 국내 제품인 ‘아이비글로불린’ 가격에 비해 함량별로 3~5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단, 알리글로가 17세 이상에게만 처방 가능한 점은 불리한 요소로 거론된다. 알리글로 적응증인 일차 면역결핍증이 통상 20세 이전 발병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알리글로와 경쟁하는 일부 품목은 17세 미만 환자에게도 투여가 가능하도록 허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알리글로를 본격 출시한 GC녹십자가 유리한 요소를 극대화하고 불리한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가전략이 현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지 여부는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다른 제약사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예고된다. A씨는 “미국 시장에서 올 하반기 5000만 달러에 이어 매년 50%씩 성장해 2028년 3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내 환자들과 의료진들 치료 옵션 확장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