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8월 평균 고정거래가 2.05달러···전월 대비 2.38%↓
모건스탠리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 하락, 불황 우려 높여”
“수요처 부품 비축 일단락 영향···다운사이클 근거 부족” 의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나침반인 D램 가격이 소폭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반도체 업황 전망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매출 증가율 감소가 예상돼 침체기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보수적인 설비투자 영향에 공급 증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상승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반도체 업사이클이라더니’···D램 가격 소폭 하락 ‘눈길’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레거시(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5~7월 2.1달러를 기록한 것에서 소폭 하락한 것이다. D램 가격은 작년 10월 이후 올해 5월까지 상승 흐름을 보였었다.
D램 현물 가격도 상승세가 꺾였다. 범용 D램 ‘DDR4 8Gb 2666’의 현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97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고점인 지난 7월 24일 2달러 대비 1.5% 내린 수치다. ‘DDR4 16Gb 2666’ 가격 역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 23일 3.875달러에서 이달 6일 3.814달러로 1.6% 떨어졌다.
D램 현물 가격은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 가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4∼6개월 후 기업 간 거래 가격인 고정 거래 가격에 수렴한다. 일일 가격 등락으로 가격 추세를 단정 짓기엔 어렵지만, 시장 매매심리를 즉시 반영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시장 선행 지표로 쓰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 같은 D램 가격 하락 배경에 대해 “PC 제조업체들이 지난 2분기에 공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재고 압박이 가중됐고 전반적인 수요 침체와 맞물려 판매 실적이 부진해 PC D램 조달이 줄었다”며 “D램 공급사들이 8월 하순에 낮은 계약 가격에 칩을 제공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 ‘반도체 고점’ vs ‘일시적인 가격 하락’···향후 전망 갈려
D램 가격의 상승 추세가 꺾이면서 업황 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D램 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방 IT 수요 부진 여파로 2022년 2월 이후 1년 반 정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 공급 업체의 감산 효과와 재고 소진 등이 맞물려 지난해 9월부터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했다.
D램 가격과 업황 전망에 대한 기관들의 의견은 갈린다. 우선 글로벌 IB(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0일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 보고서를 내며 다운사이클(불황) 진입을 예상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1년 8월 발간한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로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을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 하락을 주목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21%이나 올해 4분기에는 18%로 하락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업황 자체는 내년까지 상승할 수 있으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실적이 업황 피크아웃 우려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다운사이클을 우려할 만큼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수요처의 부품 재고 비축이 일단락되며 단기 가격 정체기가 온 것으로 판단한다. 세트 수요의 급격한 부진이 동반되지 않는 한 정체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며 “보수적 설비투자 기조 지속으로 공급량 증대도 제한적이어서 이번 가격 추세는 반락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톤 다운’이며 올해 4분기에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5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다운사이클 판단은 근거가 부족하다. 일부 레거시 제품에서 확인되는 가격의 소폭 하락은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며 “빅테크들의 AI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 업계 생산능력(캐파)과 공정 전환 속도를 고려할 때 내년에 D램 공급이 많이 증가할 개연성은 부족하고, 수요와 공급 단에서 중대한 변동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급격한 가격 하락이 확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