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부문 투자도 내년부터 확대 예상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내년 낸드플래시용 장비 시장 성장폭이 D램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까지 D램 대비 상대적으로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던 낸드 부문도,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글로벌 전자산업 공급망 산업협회 SEMI가 발표한 반도체 장비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부문 장비 투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년 대비 1.5% 소폭 증가에 그친 낸드 장비 매출의 경우 내년 55.5% 큰 폭으로 증가한 146억달러(약 20조 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장비 매출은 올해와 내년 각각 전년 대비 24.1%, 12.3%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로 대표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낸드 투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HBM과 서버용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수요 회복이 빠르게 이뤄졌던 D램과 달리, 낸드는 상대적으로 재고 감소가 더디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낸드도 수요 회복이 빨라지면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평택 P4 공장에 낸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관련 설비 발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메모리 외에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올해까지 장비 투자 감소가 이어지다 내년 다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SEMI는 올해 파운드리 및 로직 반도체용 웨이퍼 팹 장비 매출 전망치를 전년 대비 2.9% 감소한 572억달러(약 79조1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구형 노드에 대한 수요가 둔화하고, 작년 첨단 노드 부문에서 높은 투자가 집행됨에 따른 기저효과가 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내년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새로운 아키텍처 도입과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 증가 등 요인으로 인해 전년 대비 10.3% 성장한 630억달러(약 87조2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전년(1063억달러) 대비 2.5%가량 증가한 1090억달러(약 15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공정, 후공정 부문 장비 매출이 모두 성장하면서 17% 더 큰 폭으로 확대된 1280억달러(약 171조5000억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아짓 마노차 SEMI CEO는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AI를 통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반도체 장비 시장 전체에 큰 성장 잠재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중국, 대만, 한국 3개 국가가 내년까지 장비 투자 순위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이어가던 중국의 경우 올해 장비 투자액이 350억달러(약 48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엔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