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7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33조원으로 206.4% 증가
SK온, 5배 이상 증가···이노베이션·E&S 합병으로 투자 재원 마련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순차입금이 2년6개월 만에 22조원이나 늘어났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저조 상황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시설투자(CAPEX)에 나서고 있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은 33조192억원이다. 2021년 10조7761억원과 비교하면 2년반 만에 22조2431억원(206.4%) 늘어난 수치다. 순차입금은 이자를 내야하는 부채의 총액에서 기업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을 제외한 것이다. 기업의 재무부담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배터리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조 단위의 설비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며 “자금 투자가 집중되는 시기와 수익성 개선에 제약이 있는 시점이 맞물려 배터리 업계 전반에 걸쳐 재무 안정성 저하가 나타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3사의 CAPEX 규모를 합치면 올해 기준 20조원을 넘어선다. 전기차 캐즘이 종료될 시기에 나타날 수요급증에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힘든 재무 상황에도 투자금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없다는 것이 관련 기업의 입장이다. 오히려 회사채 등의 차입금으로 자금을 마련해 CAPEX에 쏟아부어야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SK온 충남 서산 공장 전경. / 사진=SK
SK온 충남 서산 공장 전경. / 사진=SK

3사 중 2년6개월간 순차입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SK온이다. 2021년말 2조904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7조5217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늦게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여서 생산라인 확대는 물론, 수율(완성품 중 합격 제품 비율) 증가를 위한 연구개발비 등이 겹치며 짧은 시간 503.2% 순차입금이 많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2조1852억원에서 6조947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5조6863억원에서 9조4028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삼성SDI는 178.9%, LG에너지솔루션은 65.4%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친환경 정책 및 시장상황 변화로 산업 성장속도가 둔화된 만큼, 투자 속도 및 규모를 탄력 있게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투자 계획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큰 틀에서의 자금 투입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방식을 통한 자금 수혈을 통해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순차입금이 가장 많은 SK온의 경우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투자금을 마련하려 한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SK E&S의 자금을 SK이노베이션을 거쳐 SK온에 투입되는 방식이 합병을 통해 완성될 예정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속도가 느려진 것일뿐 규모가 축소되거나 작아진 것은 아니다”며 “향후 시장이 성장했을 때를 감안해 현재 상황과 상관없이 과감한 투자는 감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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