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사업부 직거래 분할, 퇴사 영업사원 자회사 배치···유통경로 다변화, 주문방식 유지
CSO 개념 벤치마킹, 영업실적 따라 수수료 지급···일반약 시장선 드문 시도, 결과 주목
부광약품 작년 하반기부터 수익성 강화, 거래처 정비 진행···다른 제약사에 여파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부광약품이 일반의약품의 약국 직거래 영업과 유통에서 실적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인건비를 줄이고 실적 위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기존 약국사업부를 분할, 운영하고 있다. 약국사업부는 유지하되 직거래를 담당하는 일부 영업사원을 퇴사시킨 후 자회사에 배치해 기존 거래처의 일반약 영업과 유통을 지속하고 있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기존 약국사업부 영업사원이 부광약품에서 부광 자회사 소속으로 변경되는 것이어서 외견상 변화는 적은 편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회사 직원이 유통하는 일반약은 ‘부광약품→부광약품 자회사→약국’이라는 유통경로를 갖게 된다. 부광약품은 자회사의 경우 ‘부광메디카’ 법인을 변경해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기존 주문방식을 유지하고 있는데 향후 자회사 개편이 완료되면 일부 변경이 예상된다.

이처럼 부광약품이 자사가 생산, 약국에 직거래하는 일반약에 대해 복잡한 유통구조를 추진하는 이유는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기존처럼 부광약품 약국사업부 직원으로 근무하면 급여를 제공하지만 부광약품 자회사 직원이 될 경우 영업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태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번 정책 목표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부광약품이 최근 일반약 유통에 변화를 준 것은 CSO(영업대행사)를 일부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회사가 고심 끝에 실현 가능성이 높고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내는 데 중점을 두고 개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CSO법인과 영업사원은 여러 형태로 계약하고 있지만 통상 영업실적을 토대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사들이 특정 품목 영업을 CSO에 위탁한 후 의료기관 처방액의 35-55%를 수수료로 제공하면 역시 실적을 기준으로 법인이 영업사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는 업계 설명이다. 이같은 부광약품 정책이 영업사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부광약품 직원으로 안정적 매출을 올릴 수도 있지만 실적을 기준으로 많은 급여를 받게 되면 경쟁력이 우수한 사원 입장에서는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통상 CSO가 처방액을 기준으로 하는 전문의약품을 위주로 영업한다면 이번에 부광약품은 전문약을 제외한 일반약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그동안 관행과 차별화한 요소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실적을 기준으로 전문약 영업 개념이 확산된 상황에서 일반약에 실적제를 도입하는 것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만약 부광약품 정책이 성공한다면 일반약 비중이 높은 다른 제약사도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약품이 일반약 약국 직거래에 실적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약사라면 어느 업체나 고민하는 사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연결 기준 지난해 37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부광약품이 올 상반기 35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를 줄였다”며 “하반기 회사는 수익성 강화에 더욱 치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광약품의 효율성과 수익성 강화는 지난해 하반기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유통업체 등 거래 조건이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거래처 정리를 지난해 하반기 본격 진행하며 일단 영업적자 규모를 줄인 다음 약국사업부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결국 부광약품이 약국사업부와 자회사를 동시 운영하며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된다. CSO 시스템을 일반약에 도입한 시도의 결과는 다른 제약사에게 여파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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