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규모 증대로 다양한 사건 발생 가능성···제약사 경영진은 전문인력에 투자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기자는 최근 건설회사 감사 부서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룬 드라마를 즐겨본다. 건설회사 횡령과 비리를 소탕하러 온 감사팀장과 신입사원의 오피스 활극으로 명명된 이 드라마는 일부 과장도 있다. 감사 업무를 밤 늦게까지 수행하며 미행과 잠입을 빈번하게 한다. 경찰이나 검사도 하지 않는 일을 할 때가 있다.

기자가 서두에 드라마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이제 제약사도 감사 등 비영업부서에 유능한 인물을 배치하고 업무를 활성화할 때가 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제약사는 글자 그대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제조하는 업체다. 이에 의약품 생산에 주력하고 매출을 위한 의약사 대상 영업에 올인해왔다. 즉 생산과 영업이 제약사 업무의 절대 비중을 차지해온 것이다. 이에 영업부를 중심으로 능력을 갖춘 인물이 배치됐고 지원자도 넘쳤다. 

하지만 제약사 매출이 급증, 1조 클럽 업체가 늘고 있고 복잡다변하는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원부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는 직원들이 다수 필요하게 됐다. 앞서 언급한 감사 업무를 예로 들면 제약사 규모가 커지며 직원 숫자도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A제약사 감사팀장에게 물어보니 제약사들이 감사와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여신관리 업무를 한 부서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통상 여신관리 담당자가 전국 지점 영업을 감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제약사 감사팀은 경영이나 매출 부진 원인 진단, 직원들 비위 감시, 계약서 검토 등을 담당한다. 이 제약사는 여신관리 업무와 별도로 순수 감사 업무만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제는 대형제약사로 발돋움한 B제약사는 지난 2022년 1월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감사실 신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2022년 당시 물어보니 이전에는 감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해당 제약사는 현재 전국 지점 감사는 영업관리부가 진행하고 감사팀은 본사와 공장을 위주로 정기감사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을 상대하는 대외협력 부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약가가 매출로 이어지니 신약이나 개량신약, 제네릭 등 신규 출시하는 품목은 가능한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에 특정 이슈가 발생할 경우 국회와 검찰, 경찰 등을 뛰어다니며 해결에 나설 전문인력도 필요하고 전문성을 갖춘 소송 담당자도 제약사에 있어야 한다. 단순하게 과거처럼 약만 잘 만들고 영업만 잘해서는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물론 기자 생각과 다른 견해도 예상된다. 우수 의약품 생산과 의약사 영업이 중요한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업 외 부서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GMP(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 취소가 발생할 정도로 정부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식약처를 찾아다니며 대책을 검토할 인력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회사 상황에 적합한 로펌을 섭외하는 것도 실무자가 해야 할 일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전국 지점을 다니며 영업을 감사할  담당자도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한 제약사 출신 컨설턴트는 모 제약사와 미팅에서 담당 임원도 없이 비전문가인 실무자가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 해당 제약사는 강남에 사옥을 갖고 있는 등 여유 있는 것으로 외부에 알려져 있는데 여러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제약사 경영진은 영업 외 부서에도 전문인력과 유능한 직원을 배치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실적이 어렵다면 단계적 추진도 가능할 것이다. 업체 경영상황과 주력품목 등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부서에 골고루 인재를 중용하고 투자하는 회사가 결국 알찬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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