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30% 인하에 집행정지 제기로 약가 유지···심평원 약평위, 가산 종료로 96원 결정
펠루비정은 국산신약 12호, 작년 170억원대 처방···‘록소프로펜’ 제제 급여 축소로 반사이익
대원제약 제기 소송으로 가산 종료 지연···소송 결과 나올 때까지 펠루비정 약가 변동 없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대원제약의 해열진통소염제 ‘펠루비정’ 약가인하 여부가 주목된다. 국산신약이며 연매출이 200억원에 육박하는 펠루비정은 대원제약 매출구조의 핵심이다.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펠루비정 약가를 96원으로 조정했지만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법원 판결이 인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국가를 중심으로 대원제약 펠루비정 약가인하설이 돌고 있다. 이같은 인하설 근거는 심평원 결정이다. 실제 심평원은 지난 5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어 펠루비정 약가 가산을 오는 8월 1일자로 종료키로 결정한 바 있다. 보험약가는 오리지널 제품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복제약)이 진입하게 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동일성분 동일가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약가인하 충격 완화와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일정기간 인하를 유예해 주는 제도를 활용하는데 이를 약가 가산으로 지칭한다.
이같은 심평원의 가산 종료 결정으로 펠루비정 약가는 현재 180원에서 125원으로, 다시 8월 1일 96원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180원의 125원 인하는 제네릭의 약제급여목록 등재에 따라 당초 2021년 9월 1일자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대원제약의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하며 약가가 유지됐다.
심평원에 따르면 대원제약이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펠루비정 약가인하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소송이 갑작스럽게 종료되지 않는 한 가산 종료에 따른 약가인하는 8월 1일 발생하지 않는다. 심평원 관계자 A씨는 “서울고법은 현재 2심을 하고 있으며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 결정된 상태”라고 확인했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의 펠루비정 약가인하에 대해 대원제약이 제기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수용해 180원 약가가 유지된 상태다. 또 심평원이 결정한 약가 가산 종료 역시 본안소송을 사유로 서울고법 판결 선고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다. 이처럼 대원제약이 펠루비정 약가인하를 방어하는 것은 그만큼 매출비중이 높고 상징성이 높은 품목이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4월 12번째 국산신약 허가를 받은 펠루비정은 2008년 10월 출시 후 대원제약 대표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펠루비에스정’과 ‘펠루비서방정’을 포함한 펠루비시리즈는 지난해 44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전체 매출의 8.35%를 점유했다. 펠루비정만 지난해 170억원대 원외처방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동일한 소염진통제인 ‘록소프로펜’ 제제가 올해 초부터 급여가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펠루비정 성분인 ‘펠루비프로펜’ 제제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펠루비정 약가 방어는 대원제약 현안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사 품목 약가인하를 막으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부분”이라며 “대원제약은 펠루비정 약가 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대원제약이 제기한 펠루비정 약가인하 취소소송 사건번호를 입수해 검색한 결과, 2021년 8월 개시된 1심은 2022년 10월 대원제약 패소로 귀결됐다. 이어 대원제약이 서울고법에 항소해 시작된 2심이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제네릭이 등재된 오리지널 품목에 30% 약가인하를 결정한 정책에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업계에 드문 편”이라며 “사건번호로만 검색했지만 2심 재판부가 지난해 1월 이후 변론기일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향후 대원제약이 제기한 취소소송 판결 선고에 따라 펠루비정 약가는 직접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심평원은 법원이 펠루비정 약가인하를 취소할 경우 즉 대원제약이 승소할 경우에는 현재 펠루비정 약가 180원이 유지되고 가산 종료도 시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이 대원제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약가인하를 정당하다고 판결하면 올 5월 심평원 결정대로 약가 가산이 종료돼 96원으로 인하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원제약 펠루비정 약가에 대한 복지부의 인하 추진과 심평원의 가산 종료 추진은 법원 판결이 좌우할 전망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대원제약 매출에 70-80억원대 변화가 발생할 지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