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달성
영업이익 작년 대비 400%↑···5분기 연속 흑자
정 부회장 HD현대 지분율, 최근 2달 새 5.26%→6.12%
"순이익 30% 정도 배당할 것···실적 좋은 회사 배당 늘어날 수도"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현대 조선·해양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첫 배당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그간 적자 행보를 보였던 HD현대미포가 7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는 등 HD현대 조선 3사가 호실적을 보이면서다. HD한국조선해양의 배당은 지분 35.05%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HD현대가 수령, 다시 HD현대의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올해부터 꾸준히 HD현대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 승계 발판을 마련해온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승계 시계도 한층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확보한 지분을 통해 받는 배당금은 세금 납부 등 승계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 조선 3사 모두 흑자···배당 여력 생긴 HD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은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조선 3사 모두 흑자가 이루어진 상황이며 HD한국조선해양은 분사 이후 첫 배당이 올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 5년간 HD현대의 배당 재원은 주로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일렉트릭 등 비조선 계열사들로부터 마련돼 왔다. 이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가 70%가량을 담당했고, 나머지 계열사들의 배당금 기여도는 업황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지난 2019년 물적분할로 설립된 HD한국조선해양은 2020~2022년 3년 동안 순손실을 쌓으며 배당을 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엔 조선업 업황이 반등하며 4년 치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확보,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아직 배당 여력이 없다”며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부턴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하면서 배당 여력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이날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IR 담당 상무는 “7~8년 만에 첫 배당이 올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HD현대건설기계와 HD인프라코어 사례와 비슷하게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섞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 그룹사에서 배당 성향 30% 이상 배당과 자사주 소각 혼용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HD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6조6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과거 저가 수주했던 선박의 인도가 완료되고,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이 실적에 본격 반영된 덕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428.7% 증가한 3764억원을 기록, 5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선별 수주 전략,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것.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공정 안정화가 이뤄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
◇ 47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한 정 부회장···수월해진 승계 자금 마련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HD현대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건 올해 4월 말이다. 25일 까지 정 부회장이 사들인 주식 수는 총 68만2500주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470억원어치에 달한다. 모두 장내 매수했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주식을 사들이기 전(5.26%)보다 0,86%P 증가한 6.12%가 됐다.
HD한국조선해양이 배당을 실시하면서 ‘지분율 상승→배당금 확대→승계 재원 마련’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HD현대가 늘리는 배당금은 고스란히 정 부회장의 재산 증식으로 이어지는데, HD현대 지분까지 늘어 배당금 수취액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아직 정 이사장 지분율(26.6%)에 한참을 밑돈다. 향후 정 사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 이사장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HD현대 지분 가치에 대한 상속·증여세율을 고려하면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추가 지분매입 자금 혹은 상속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하는 자금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전력기기도 호실적···HD현대, 배당 더 늘릴까
대표적인 고배당주인 HD현대가 향후 배당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이날 HD현대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순이익의 30% 정도는 배당을 할 수 있도록 공시한 바 있기 때문에 다른 이익이 많은 계열사들의 배당도 열려 있다”면서 “실적이 좋은 회사의 배당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력기기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 HD삼호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HD현대가 언급한 ‘실적 좋은 회사’ 범주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인프라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 9169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7%, 영업이익은 257.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는 22.9%를 기록하며 배당 확대 가능성이 열렸다.
HD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85.5% 증가한 1956억원, HD현대삼호는 182.2% 증가한 1755억원을 기록하며 조선 부문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선박 AM(애프터마켓)이 커지면서 전년 동기보다 20.2% 늘어난 43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9.6% 늘어난 710억원을 냈다.
다만 건설기계와 에너지 부문 성적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건설기계 부문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6.4%, 37.5% 줄어든 2조131억원과 1694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하락 탓에 매출 7조8440억원과 영업이익 734억원을 기록, 1분기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