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重 노사, 12차례 교섭에도 별다른 성과 없어
조선 3사, 3년치 일감 밀려···파업 시 공정지연 가능성
납기 지연 시 수백억~수천억원 지체보상금 우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결의를 통과시켰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행위 결의를 통과시켰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매 분기 실적 상승기조도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업 일수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파업 여파가 선박 인도일 연기로 이어진다면 납기 일정 준수를 통해 쌓아온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전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난항을 이유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을 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까지 12차례 교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난 18일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노조 측에선 조선업 불황기에 노동자도 고통을 분담한 만큼, 호황기가 찾아온 현재는 사측도 이익 공유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내놓은 임단협 요구안은 ▲기본급 15만9천800원 인상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는 아직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밀려드는 주문 쳐내기 급급한데···조선업 상승세 꺾을까 ‘전전긍긍’

업계에선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호황의 기회를 놓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년 치가 넘는 일감이 몰려들어 도크가 꽉 찬 상태이기 때문에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불황기 때보다 더욱 뼈아플 것이란 지적이다. 신조선가도 매달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호황기 때 발생한 생산 공백은 그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조선소들은 쉴새 없이 선박을 건조하고 있지만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올해 1분기 조선 3사의 평균 가동률은 HD한국조선해양이 98.4%, 한화오션 101%, 삼성중공업은 106%에 달한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17.1%, 3.9%, 9% 올랐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가동률 100%을 넘어섰는데, 이는 증가한 발주량을 소화하기 위해 휴일 특근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추가생산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에서 수주한 6척의 컨테이너선 가운데 5척만 납기 내 인도했다. 나머지 1척은 1달가량 지연된 7월에 인도하기로 했다. 통상 1달 정도를 유예기간으로 보기 때문에 해당 건은 지체보상금 대상에선 제외됐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에서 LNG선이 건조 중인 모습. /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에서 LNG선이 건조 중인 모습. / 사진=HD현대

2022년 한화오션 파업, 하루 300억원 피해

총파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조선소 전체가 셧다운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다만 일부 공정 지연에 따라 다른 공정도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사내하청 인력이 많은 조선소의 특성상 생산차질 여파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늦어진 선박 건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해 손해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파업에 따른 손해는 크게 납기 지연과 지체보상금, 그리고 인건비 상승을 들 수 있다. 일반적인 선박 계약에는 조선소 측 귀책사유로 납기 일정을 맞추기 못하면 조선소가 선사에 지체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기재된다. 계약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의 보상금을 상한선으로 정해 놓기도 한다.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배상금 규모단순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화오션은 지난 2022년 하청 노조 파업으로 하루에 약 3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신뢰도 하락은 더 큰 ‘리스크’다. 한 번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이후 납품 물량까지 줄줄이 늦어질 수 있고, 선주 측과의 관계도 악화할 수 있어서다. 해상 운임지수가 급락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운임이 치솟고 있어 선주들이 납기 지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에게 협상 타결을 위해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중노위 쟁의 조정 신청 결과와 여름 하계 휴가(오는 29일부터 8월8일까지) 등을 고려하면 8월 중순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모처럼 찾아온 수주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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