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韓·美 상징 디자인 활용···국군 관련 마케팅도
외국계 자본 휩쓸린 과거도 닮아···“브랜드 유산 계승”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KG모빌리티(KGM)와 지프가 최근 공통적으로 애국심을 자극하는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별 입지 강화를 노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GM과 지프는 국가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신차에 적용하거나 국군을 대상으로 차량 공급 성과를 늘리는 등 ‘애국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KGM은 지난 15일 사전 계약을 실시한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액티언과 함께 토레스 등 최신 차량에 태극기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을 도입했다. 액티언의 전면 중앙 조명 부위와 후미등에 태극기의 건, 곤, 감, 리 문양을 본딴 램프 디자인을 적용했다.
인기 모델인 중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리어램프에도 닮은 형태가 적용됐고, 앞쪽 주간주행등에 북두칠성을 이은 것과 유사한 국자 모양을 만들어냈다. KGM 디자인 부서는 각 신차가 한국 자동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디자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KGM의 준중형 SUV 코란도(KORANDO) 차명에는 ‘한국인의 의지와 힘으로 개발한 차(Korean can do it), ’한국 땅을 뒤덮는 차(Korean land over)’ 등 국산차임을 강조하는 뜻이 담겼다.
지프 코리아는 미국 육, 해, 공군을 상징하는 외관 디자인 요소(데칼)를 적용한 한정판 신차를 출시했다. 지난 15일 판매 개시된 글래디에이터 헤리티지 에디션 3종은 군사별 테마 디자인이 서로 다르게 적용됐다.
해당 디자인은 현재 지프 코리아와 스텔란티스 인도아태(IAP) 권역에서 외관 디자인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윤기석씨가 개발했다. 지프는 한국에 차량을 헌정하는 의미에서 에디션 3종을 한국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하는 한편, 미군 군용차에서 역사가 시작된 브랜드 지프의 유산(헤리티지)을 강조하기 위해 에디션을 기획했다.
◇ KGM, 국군차량 납품···지프, 미군 물자 지원·군인혜택
KGM, 지프는 각각 한국과 미국의 국군에 관련된 사업 활동을 펼치는 공통점도 보인다. KGM은 쌍용차 시절인 2022년 픽업트릭 뉴 렉스턴 스포츠를 국군 지휘관 차량으로 700대 공급했다. 앞서 2019년, 2012년에도 렉스턴 스포츠, 렉스턴 W, 코란도 스포츠 등 차종을 군사용으로 개량해 국군에 공급했다. 이를 통해 산악 지형 등 험로(오프로드)를 기동할 수 있는 등 성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지프는 현재 미군을 돕는 목적으로 현지에서 활동하는 비영리기관 USO와 협력해 자원봉사를 실시하거나 차량을 지원해왔다. 또한 일정 조건을 충족한 미국 내 전역·현역군인이 일부 신차를 구매할 때 500달러의 현금할인 혜택을 상시 제공 중이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프는 올해까지 23년 연속 현지 시장조사 업체 브랜드 키스(Brand Keys)로부터 ‘최고의 애국 브랜드(most Patriotic Brands)’ 1위에 선정됐다. 브랜드 키스는 응답자의 성별, 정치성향 등을 파악하고 각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관여도를 설문한 후 애국 브랜드를 선정하고 있다. 지프는 이 수상 성과를 활용해 모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브랜드 키스의 로버트 파시코프 사장은 “애국심은 브랜드가 소유할 수 있는, 강력한 가치 중 하나”라며 “지프는 정치적, 당파적인 시장에서 모든 소비자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외국계 자본에 휩쓸린 역사 공유···“과거는 나의 힘”
양사의 애국 마케팅 배경에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계 기업을 대주주로 받아들였던 이력이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KGM은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로 시작해 쌍용그룹, 대우그룹 등 한국 기업 뿐 아니라 상하이기차(중국), 마힌드라(인도) 등 해외 기업에 종속되길 반복했다.
지프도 1941년 군용 차량 윌리스로 시작해 카이저-프레이저, 아메리칸 모터스 코퍼레이션(AMC), 크라이슬러, FCA를 거쳐 현재 글로벌 그룹 스텔란티스의 산하 브랜드로 남았다. 각 사는 기업 설립 초창기 각 본거지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후 외국계 자본에 휩쓸리는 풍파를 거쳤지만 현재 재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KGM은 “하동환자동차제작소를 시작으로 변화를 거듭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과 맥을 같이 해왔다”며 “KG모빌리티의 유산인 혁신, 도전 정신으로 모빌리티 시장을 새롭게 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 코리아 관계자는 “험로를 넘나들며 군수물품을 나르던 지프의 DNA가 지금까지 이어져 SUV 원조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