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대표 전기차 모델 판매 급감···높은 가격·테슬라 성장 등 영향
SUV와 하이브리드는 성장세···하반기 EV3·캐스퍼EV 등으로 분위기 반전
중견 3사 내수 점유율 7%대까지 떨어져···국내보단 해외 집중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지난 수년간 고속 성장했던 전기자동차가 올해 제동이 걸렸다. 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와 기아 EV6 등 대표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이어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우 7128대로 작년보다 25.0% 감소했으며, 아이오닉6는 2128대로 전년대비 68.6% 줄었다. 기아 EV6는 5305대로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EV9은 1225대로 작년보다 8.2% 감소했다. 제네시스 전기차 G80은 상반기 155대로 77.5% 감소했으며, GV60은 315대로 87.3%, GV70은 316대로 77% 각각 떨어졌다.
아이오닉5와 EV6의 경우 한 때 대기만 1년 이상 걸렸던 인기 차량이었나, 최근에는 수요 감소로 인해 즉시 출고가 가능해진 상태다.
이처럼 현대차 전기차 판매가 올해 들어 급감한 것은 ‘살 사람은 이미 다 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2021년 아이오닉5은 첫 출시 후 연 2만2671대를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이어 2022년엔 2만7399대, 2023년엔 1만6605대 등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기아 EV6는 2022년 2만4852대, 2023년 1만7227대 등을 판매했다.
또한 경쟁 브랜드인 테슬라가 올해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3와 모델Y를 저렴한 가격에 국내 판매하면서, 이탈한 고객도 상당수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테슬라 모델Y는 1만41대로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렸으며, 모델3는 7026대로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모델3와 모델Y 판매량만 1만7000여대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을 합친 것보다 판매량이 많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충전 인프라가 판매 대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아직 지켜보는 단계”라며 “충전소가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전기차 정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전기차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에는 가격을 내린 모델을 출시하며 대중화에 나선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충전 인프라 만큼 발목을 잡았던 점이 ‘가격’이었다는 것을 고려해 저가 차량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시작은 기아 EV3다. EV3는 EV6와 EV9에 이은 기아 세 번째 전용 전기차다.
EV3 핵심은 가격이다. EV3 판매 가격은 4208만~5108만원으로 친환경차 세제 혜택과 전기차 보조금 등을 고려하면 실 구매 가격은 3000만원대 중후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소형 차급임에도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를 501㎞까지 확보하고 급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해 충전으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캐스퍼 EV의 경우 기존 캐스퍼보다 차체가 커졌으며, 주행거리는 315㎞, 가격은 2000만원대로 나올 예정이다. 아울러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가칭)’도 연내 출시하면서 대형·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 전기차 줄었지만 SUV·하이브리드 효자 역할 톡톡
현대차와 기아는 올 상반기 전기차 부진 속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레저용차량(RV)과 하이브리드 강세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선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상반기 내수 판매는 줄었지만 SUV 판매는 오히려 늘어났다.
상반기 현대차 내수 판매량은 34만5704대로 작년보다 12.8% 감소했으나, RV는 12만824대로 전년대비 1.2%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 내수 판매도 작년보다 5.8% 감소한 27만5240대에 그쳤으나, RV 판매량은 17만9517대로 7.3% 증가했다.
하이브리드 역시 현대차는 상반기 6만9237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7% 늘었고, 기아는 9만5147대로 전년대비 36.9% 증가했다.
◇ 내수 부진 르케쉐···수출로 눈 돌려
GM한국사업장,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등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의 경우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GM과 르노의 경우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이 1만대 수준에 머물렀으며, KGM은 전년대비 40% 가까이 판매량이 줄어들며 내수 침체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KGM 내수 판매는 2만3978대, GM은 1만3457대, 르노코리아는 1만1213대에 그쳤다. 상반기 3사 판매량은 4만6607대로 기아 쏘렌토(4만9588대) 1개 차종보다 판매량이 낮았다.
이에 현대차·기아와 점유율 차이도 더 벌어졌다. 상반기 3사 점유율은 6.96%로 전년대비 2.06%p 떨어졌다. 현대차·기아 점유율은 지난해 90.71%에서 올해는 92.74%로 올라갔다.
3사 모두 내수에서 신차 부재 속에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GM 대표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 출시한지 1년이 지나면서 신차 효과가 떨어지고 있으며, KGM 토레스도 출시 초반에 비해 힘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2020년 출시한 XM3 이후 4년 가까이 사실상 신차가 없다.
이에 3사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GM이다. GM은 내수와는 달리 수출 판매는 25만5965대를 판매하며 작년보다 31%나 증가했다. 이에 내수 비중은 5% 미만으로 떨어졌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판매량을 견인했고, 이에 GM은 지난 2017년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했다.
KGM 수출도 3만2587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24.5% 늘었다. KGM은 헝가리와 스페인 등 유럽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과 중남미 지역에서 토레스를 비롯한 신차를 출시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상반기 수출마저 작년보다 41.2% 감소했으나, 올 하반기 신차 ‘그랑 콜레오스’ 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설 방침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준중형 SUV로 프랑스 감성의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엔진을 통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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