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유럽시장 中 전기차 점유율 46%···EU 관세 카드로 견제
BYD 韓 진출 가시화, 소비자들도 관심 “경쟁 불가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중국산 전기차(BEV)들이 유럽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가운데, 한국 시장 진출 여부에 국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7일 이차전지·전기차 연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지난 상반기 BYD가 47만7773대를 판매해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테슬라 21만9056대, 길리 17만7751대, 상하이-GM 울링 17만6142대, 광저우자동차(GAC Aion) 10만5669대로 그 뒤를 이었다. 5위권 업체 중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4곳 모두 중국계 기업이고,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하면 46%에 달한다. 유럽에 진출한 수 많은 전기차 업체 중 중국계 4사가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은 작고 실용적인 차를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3만 유로(약 4475만원) 안팎 가격의 소형 모델을 적극 판매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중국에서 부품을 자체 조달하고 차량을 조립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후 유럽에 수출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하고 있다.
중국차 업체 주력 모델인 B, C 세그먼트 전기차들의 가격 경쟁력이 너무 높고 일정 수준 상품성까지 확보함에 따라 타 브랜드들이 동급 차량을 출시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호적 여건 속에서 중국차 업체들이 사실상 무주공산인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득세하는 중이다.
중국산 전기차 공세로 인한 현지 업체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관세 카드로 견제에 나섰다. EU는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업체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원받아 유럽 전기차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중국계 업체에 따라 최고 37.6%의 잠정 상계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부과되던 관세 10%를 더하면 47.6%로 인상된다.
이번 결정은 오는 11월까지 4개월간 적용되고, EU 회원국들이 해당 기간 안에 승인하면 이후 5년간 인상된 상계관세율이 확정 적용된다.
◇ BYD코리아, 이미 정비사·교육담당자 등 채용 중
중국 전기차가 해외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 상륙 여부에 국내 업계의 촉각이 곤두섰다. 지난 상반기 국산차 5사와 수입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7만9246대) 대비 19% 감소한 6만4265대를 기록하는 등 위축된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가 틈새공략할 여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중국차 업체들이 신흥 시장인 동남아 뿐 아니라 세계 6위 규모 시장을 갖춘 한국을 공략할 공산이 존재한다는 관측이다. 유럽 관세 인상,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의 규제에 대응하는데 고심하는 가운데 사업 영역을 확장할 명분이 갖춰진 상황이다.
실제 현재 BYD 한국법인 BYD코리아가 국내 조직별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이다. BYD코리아는 채용 전문 사이트에 차량 정비 기사, 세일즈·테크니컬 교육 담당자, A/S 부문 매니저의 채용 공고를 게재해놓았다. BYD 신차로 추정되는 위장막 차량을 목격했다는 제보도 온라인 상에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BYD코리아는 승용 전기차 출시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입지 강화와 국내 진출 가능성에 대한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산차보다 수천만원 이상 저렴하고 A/S망이 충분히 구축되면 구매할 것 같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과 단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중국에 10인승 미만 규모의 승용 전기자동차에 관세 8%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국적별 수입차 대부분 무관세인 것과 대조된다.
다만 중국차의 가격대가 매우 낮기 때문에 관세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BYD를 비롯한 중국차 업체들이 대중화, 성장 위주 사업 기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충성도 측면에서는 뚜렷한 경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차 업체들이 한국에 본격 진출하면 기존 업체들이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BYD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 확대,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면 업계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