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부부, 자녀 미취학 동안 원급 상환 유예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대한민국이 위기를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65명까지 감소했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계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다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100명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되살릴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금융사에 재직중인 40대 박재관씨는 세대에 따라 출산에 대한 시각이 다르단 것을 크게 느낀다. 주변 40대 동료를에게 출산은 이미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2030세대는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재관씨가 분석한 인식 차이의 바탕에는 주거 환경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자리했다. 40대의 경우 자가 비중이 높지만 2030세대의 경우 그렇지 않단 것이다. 젊은 세대는 평생 임차인으로 남을 수 있단 불안감도 크다.
2030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불안감이 높다. 40대가 어린시절에나마 경험했던 80년대 고성장 시기가 그들의 기억속에 없다. 그들이 경험한 세상엔 외환위기, 닷컴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저성장 기조 등이 있다.
그들이 거쳐온 경제 시대는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최근엔 집값마저 큰 폭으로 뛰어 불안감이 더 크다. 주거가 불안하니 출산 생각은 없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재관씨는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세대별, 상황별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 시기 영끌한 부부들이 많았는데 자녀 출산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자만 납입하는 거치기간을 추가로 부여해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여주는 등 맞춤형 혜택을 에로 들었다. 현금성 지원도 도움되지만 소득 보장 등 지원 패키지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Q. 저출산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낮단 지적이 있다
"함께 근무하는 조직 내 또래 직원들은 자녀가 대부분 있다. 체감 출산율과 수치에 차이가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도 자녀가 있는 집이 많다. 내 주변 가족들은 자녀가 있는데 계속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단 현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녀가 2명 이상인 집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일부 미혼 직원까지 합하면 출산율이 1명대 이하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Q. 40대와 20~30대 직원들이 생각하는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른가
"세대별로 출산에 대한 생각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자가 소유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향후 아이가 성장하면서 계속 임차인으로 있을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깔려 있는 젊은 직원들이 상당하다. 지금 당장 보다 향후 10년 뒤의 나와 가족의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데 주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역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가 주택 보유 비중이 높은 40대 이상보다 20~30대의 불안이 출산율을 낮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Q. 회사 차원의 출산 지원 대책이 있는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직원들 역시 여직원은 물론 남직원들도 본인이 원하면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연속 휴직이 아닌 필요에 따라 단기로(3개월 휴직, 복직 후 다시 휴직 등) 휴직을 사용하는 남자 직원도 있을 정도로 휴직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모성보호룸 등 자녀 육아를 위한 여직원 전용 공간부터 직장 어린이집 운영, 유치원 학자금 지원 등의 지원이 있다."
Q.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현금성 지원 사업이 대부분이다
"지역화폐 등 현금성 지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발성으로 끝나거나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지급되는 경우도 있다. 어린이집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인증된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지만 한 자녀 부모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시키는 것이 어렵다. 한 명의 아이도 믿을 수 있는 기관에 보낼 수 없으니 둘째를 낳겠단 의지가 사라지게 된다."
Q. 저출산이 카드 소비에 영향을 줬는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육아와 관련된 소식이 죄다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다. 예를 들어 괴팍한 아이를 상담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누군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또한 귀족처럼 케어해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옷을 입히고 주말 마다 여행을 다니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현실에서 어렵다. 그런 것들이 자주 보여지면서 부모들의 카드 소비도 결국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우리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과하게 소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실제 비싼 놀이동산, 해외 여행지, 고가의 아동의류, 고가의 보습학원 등에서 사용되는 결제금액이 상당하고 이 금액은 줄어들지 않는다."
Q. 저출산 해결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른데 일괄적인 방식을 적용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 영끌한 신혼부부의 경우 출산을 하고 싶어도 매달 나오는 대출 상환(원금+이자) 때문에 기본적인 여가 생활도 못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출산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자만 납입하는 거치기간을 추가로 부여해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여준다던가 하는 맞춤형 혜택이 더 체감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녀 육아를 위한 육아휴직의 경우도 휴직 기간 동안 4대 보험 등 고정지출이 계속 발생하는데 비해 휴직보조금은 터무니 없이 적은 편이다. 이것 역시 해당 인원의 최근 1년치 월급을 기준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고 향후 회사 복직 시 월급에서 조금씩 나라에 갚아 나가는 등 금전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 패키지를 만들어서 적용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