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급 車 가격 두 자릿수 인상율 기록
車 업체들, 사양·가격 최적화에 고심

국산 엔트리급 신차 최저가 추이. / 자료=각 사
국산 엔트리급 신차 최저가 추이. / 자료=각 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아반떼에 사양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면 2500만원을 금세 넘는데, 그 돈이면 K5 (구매를) 고려하게 되죠.”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생 첫 차 추천을 요청한 누리꾼 게시글에 또 다른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고금리 기조로 소비자들의 생애 첫 차 구매 부담이 커지는 실정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아반떼, 코나, 티볼리 등 브랜드별 기본(엔트리) 모델로 분류되는 차량의 최저 판매가가 수년새 급격히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1.6 가솔린)의 2019년형 모델 가격은 1404만원부터 책정된 데 비해, 현재 판매 중인 2024년형 모델은 최저 1975만원이다. 5년새 405만원(26%) 인상됐다. 같은 기간 K3(16.9%), 코나(27.8%), 티볼리(42.6%) 등 차량의 최저가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더 뉴 아반떼. / 사진=현대차
더 뉴 아반떼. / 사진=현대차

모델별 가격이 인상된 것은 차량 제작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값이 상승한 동시에,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제원 확대와 최신 사양 기본적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반떼의 전장은 2019년 판매 모델(4620㎜)에 비해 현재(4710㎜) 90㎜ 연장됐다. 또한 6단 수동변속기 대신 스마트스트림 무단변속기(IVT)가 적용되고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등 안전 사양이 기본 탑재됐다.

KG모빌리티 티볼리에 장착된 엔진은 2018년형 모델에 1.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었지만 현재 1.5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바뀌었다. 터보 엔진은 자연흡기 엔진와 비교해 과급기(터보차저) 등 장치를 추가로 갖추고 있고, 더 낮은 배기량으로 더 강한 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보다 값비싸다. 제원이 확대되고 사양 구성이 향상되는 신차 개발 흐름은 국산차 시장의 전반적인 추세로 이어져 왔다.

KG모빌리티의 소형 SUV인 티볼리 에어.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의 소형 SUV인 티볼리 에어. / 사진=KG모빌리티

◇ 월급 18% 올랐는데 車값은 40% 인상 ···“구매의향 침체”

소비자들은 더욱 저렴한 경형·소형차를 구매할 수 있지만 더 큰 차를 선호함에 따라 관심이 적고, 제조사들도 이를 고려해 해당 차급의 제품 선택지를 줄이는 중이다. 현재 아반떼, 티볼리 같은 모델보다 낮은 가격대에 판매되는 국산 경형·소형차로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레이가 꼽힌다. 현대차 액센트, 한국GM 스파크, 르노자동차코리아 SM3 등 브랜드별 기본 모델이 저조한 판매실적을 남기고 단종되며 국산 기본차 시장의 제원, 가격이 상향 평준화됐다.

국산 엔트리 차량들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지고 고급스러워진 배경에 코로나19 시국 속 신차 소비자들의 지출 확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행병 사태가 지속되며 해외여행 등 서비스 비용 지출이 제한된 소비자들 중 일부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신차에 기꺼이 투자했다는 관측이다.

국내 6개월 이내 차량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의 기점 시준 대비 비중(자동차 구매의향지수) 추이.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기조 등 변수의 영향으로 인해 구매의향이 낮은 수준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 자료=한국딜로이트그룹
국내 6개월 이내 차량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들의 기점 시준 대비 비중(자동차 구매의향지수) 추이. 2022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기조 등 변수의 영향으로 인해 구매의향이 낮은 수준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 자료=한국딜로이트그룹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산차 평균 판매가(취득가)는 2018년 2627만원에서 지난해 40.4%나 증가한 3689만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정규직(상용) 근로자 연평균 임금이 325만9281만원에서 384만3191원으로 17.9% 인상한 것과 단순 비교할 때 신차 구매 지출이 커진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다만 근로자끼리 임금 편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엔트리 차량 선택폭이 좁혀진 점을 고려하면 신차 구매 부담을 비교적 크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증가할 계제가 존재한다. 경영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1년 10월(100)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 자동차 구매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중인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VPI)는 지난해 9월 기준 79.2로 1년 넘게 ‘구매의향 침체기’를 이었다.

KAMA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팬데믹 시기 발생한) 대기수요의 소진으로 신차, 중고차 모두 판매가 둔화했다”며 “반면 취득가 평균이 상승세를 보이는 양극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 / 사진=박성수 기자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 / 사진=박성수 기자

◇ 업체들, 신차 가격 동결·인하하며 판매 확대 안간힘

국산차 업체들은 소비자 반응을 적극 반영해 신차 가격 수용성을 높이는데 힘쓰는 중이라고 입 모은다. 제조사별 가격 최적화 전략은 주력 모델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기아는 최근 소형 전기차 EV3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3000만원대의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전기차 분야에서 볼륨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현대차도 하반기 캐스퍼 전기차를 출시하며 전기차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형·대형차를 중심으로 양산해 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차용으로 개발해 모든 차량에 하이브리드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GM 한국사업장의 소형차인 2025년형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사진=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의 소형차인 2025년형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 사진=GM 한국사업장

한국GM은 동급 시장에서 가성비 높은 소형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상품성을 개선하고 가격을 동결하며 고객 유치에 공들이는 중이다. 르노코리아도 연초 소형차 XM3 E-테크 하이브리드의 가격을 200만원 인하하며 수요 창출에 안간힘 쓰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주로 20~30대의 젊은 첫 차 고객들은 결혼, 육아 등을 맞아 차량을 쉽게 교체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 선호도 높은 선택사양을 추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사양 구성 최적화, 고객의 가격 수용성 제고를 위해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