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수출 비중···KGM 15%, GM·르노 90~100%
전문가 “소형차만으론 성장 불투명, 노조 리스크 없어야”

국내 완성차 중견 3사의 소형차 수출 비중 추이. KG모빌리티가 15% 정도인 반면 GM 한국사업장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수출 비중 대다수가 소형차로 채워졌다.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국내 완성차 중견 3사의 소형차 수출 비중 추이. KG모빌리티가 15% 정도인 반면 GM 한국사업장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수출 비중 대다수가 소형차로 채워졌다. / 자료=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소형차 일색인 완성차 중견 3사 수출 시장에서 중대형차를 공급하며 차별화하고 있다.

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3사의 수출 실적은 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 43만881대, 르노코리아자동차 8만2228대, KG모빌리티(KGM) 5만2574대로 집계됐다.

총 56만5683대로, 이 중 소형차는 50만8168대(89.9%)다. 3사의 소형차 수출 비중은 지난 2019년 73.5%에서 4년만에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GM, 르노 두 글로벌 기업이 수익성 강화 전략 일환으로 한국을 소형차 생산기지로 낙점한 결과다. GM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레일블레이저, 르노 XM3 등 3종은 최근 각 사 수출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KG모빌리티가 지난달 5~7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현지 기자단을 초청해 토레스EVX 시승행사를 열었다.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지난달 5~7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현지 기자단을 초청해 토레스EVX 시승행사를 열었다. / 사진=KG모빌리티

◇KGM, 수출 믹스 개선으로 작년 최고 매출 달성

이에 비해 KG그룹을 지배 기업집단으로 둔 KGM은 소형차인 티볼리뿐 아니라 다양한 차급의 모델로 수출 제품군을 구성하며 생산 역량을 입증했단 평가다. KGM은 현재 유럽, 남미, 중동 등지에 렉스턴 스포츠, 코란도, 토레스, 렉스턴 등 상위 차급 모델을 공급한다. KGM의 지난해 소형차 수출 비중은 14.9%로 한국GM 100%, 르노코리아 84.5%에 비해 현저히 낮다.

KGM이 국내 공장에서 다양한 차급의 신차를 수출하는 것은 해외 생산기지를 별도로 갖고 있지 않은 덕분이다. GM과 르노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생산모델을 전략적으로 배정한 것과 달리 KGM은 생산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KGM 수출 모델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동일 차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KG모빌리티가 지난달 19~2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브랜드 론칭행사를 갖고 현지 완성차 판매 대리점, 취재진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KG모빌리티가 지난달 19~2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브랜드 론칭행사를 갖고 현지 완성차 판매 대리점, 취재진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KG모빌리티

반면, 본사의 직접적인 지휘 아래 품질을 관리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일관적으로 유지 가능하다. 또한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해 사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누릴 수 있다. 실제 KGM은 지난해 이 같은 제품군 다양성(믹스)을 기반으로 최고 매출액인 3조7800억원을 달성했다. 2014년(7만2011대) 이후 9년만에 최다 수출기록을 세운 것이 신기록 경신에 일조한 요인으로 꼽힌다.

KGM은 다양한 제품군을 앞세워 수출 실적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라인업을 차급뿐 아니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넓혀 수익원을 다각화한단 전략이다.

곽재선 KGM 회장은 지난달 5~7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브랜드 첫 전기차인 토레스 EVX의 글로벌 론칭행사를 열고 기존 주력 수출 시장인 유럽의, 친환경차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했다.

곽 회장은 현장에서 “유럽은 KGM 수출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시장이자 2022년 대비 20% 이상 판매가 증가한 곳”이라며 “올해는 토레스 EVX가 글로벌 시장 공략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사장(오른쪽)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18일 부산시청에서 미래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사장(오른쪽)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18일 부산시청에서 미래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아시아, 소형차 생산기지로 전락···“노사협력이 역할 확대 관건”

KGM에 비해 한국GM, 르노코리아의 소형차 의존도는 어려운 숙제란 평가다. 글로벌 본사가 공통적으로 수익성을 강화한 가운데, 중대형 신차의 생산물량을 배정받으려면 두 한국지사의 ‘노조 리스크’가 해소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대형 신차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 완성차 업체에게 노사협력을 통한 투자 유도가 필요하단 관측이다.

최근 르노코리아가 향후 3년간 부산공장에 1180억원을 투자해 미래차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결정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본사가 지원해 결단한 이번 투자를 통해 중형 하이브리드 SUV(오로라1), 준대형 세단(오로라2)을 순차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 노사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한 점이 그룹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익성이나 세계 수요가 약한 소형차 위주로만 생산하는 것은 (공장 존속 측면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현상”이라며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임단협 관행, 수당을 개혁한 후 회사 신뢰를 얻어 신차 물량을 성공적으로 확보한데서 볼 수 있듯 국내 공장도 (역할 확대를 위해) 노조 리스크를 없애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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