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고용량 변압기 수출규모, 전년比 77.9%↑
트럼프 당선시 인프라·친환경 투자 감소 확실시···“선거결과 예의주시”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이 글로벌 변압기 공급 부족 사태에 반색하고 있다. 신규 일감 확보 및 수출량이 늘어나면서 실적성장 역시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 전력망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이 호실적 달성의 주요 배경이다.
단, 변수는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현지 인프라 투자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퀀텀점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2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고용량 변압기(1만 kVA 이상)의 수출규모는 6억8341만달러(약 9400억원)다. 전년(3억8407만달러) 대비 77.9% 증가한 수준이다. 2011년 2억8421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3배 늘어났다.
국내 기업의 변압기 수출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은 글로벌 전력망 수요의 급증 영향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올해 2월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지구 곳곳에서 초대형 데이터 센터가 세워지는 등 관련 처리·저장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 반면,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량은 매우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대표 전력 기기인 변압기의 매우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변압기 등 전력기기의 호황은 미국의 노후 장비 교체 사이클에서 시작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따른 공장 설립 확대와 AI 및 데이터센터와 테크 기업의 전력 소모 증가 기대로 커지는 추세”라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중동에서도 유가회복으로 미뤄졌던 투자가 확대되면서 변압기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전력난의 현실화로 국내 변압기 생산 기업의 실적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0% 증가했다.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반영되는 주가 역시 오름세다.
올해 1월 2일 8만100원이던 주가는 이달 26일 25만원으로 212.1% 올랐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2011년 미국 앨라배마에 변압기 공장을 건립해 현지 점유율을 늘려왔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년 이상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에서 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생산 인프라를 갖춘 HD현대일렉트릭에 많은 일감이 밀려들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21년을 기점으로 수주잔고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변압기(송·배전 시스템) 일감은 2021년 1조592억원에서 2022년 2조690억원, 지난해에는 2조3261억원으로 늘었다. 2년새 2배 규모가 됐다. LS일렉트릭은 배전 단계에서 전력을 최종 수용하는 소형 중저압 전력기기가 주요 품목이다.
대형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바꾸는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효성중공업의 성장도 눈에 띈다. 미국·유럽 등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으로 562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298.2%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는 변수다.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극적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노선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인프라는 물론 변압기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어, 선거 결과가 국내 전력기기 기업의 성장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신재생 에너지 투자 및 전기차 확대 등의 탈탄소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기존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율을 올리는 등 국내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실시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만에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다시 찾아왔다”며 “어느 때보다 수출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