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춘계 총회 참석차 방미 중 특파원 간담회 발언
“확전 피하면 환율 안정” “저출산 문제, 구조 조정으로 해결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현지시간) 이란과 이스라엘 간 중동 충돌 사태가 환율과 물가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생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와 관련해선 “근시안적인 시각”이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이 총재는 이날 열린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여러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터진 상황”이라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과 미국 금리 인하가 생각보다 지연된다는 자료가 나오기 시작하며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 환율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향후 중동 사태가 완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통화 정책도 중요하지만, 우리처럼 석유 소비가 많은 나라는 중동 사태 향방이 가장 결정적인 불확실성”이라며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확전을 피한다면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는다면 환율도 다시 안정 쪽으로 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지난 2022년 당시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2022년 중반 0.75%포인트씩 네 번이나 연달아 금리를 올리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시장에서 6번 정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다 이제는 한두 번이나,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현재 미국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졌다는 측면에서 우리 상황이 독립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물가 예측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중동 사태를 지목했다. 그는 “지금 예상 중인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2.3%인데, 가장 큰 변수가 유가”라며 “중동 사태가 요동쳐 유가가 예상보다 더 오르면 물가가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총재는 야당의 추경 요구에 대해선 반대 견해를 내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총재는 “현재는 재정이 좋다고 하더라도 고령화로 인한 복지 비용으로 고려하면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출산 등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구조 조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서 “추경은 보통 경기침체가 올 경우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지금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것보단 조금 더 민생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중심으로 어떤 타깃 계층을 향해서 지원하는 게 재정의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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