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유지···10회 연속 동결
“물가 전망 관련 불확실성 높아”
“목표 수준 수렴 확신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 유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 수준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미국의 하반기 금리 동결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그리고 올해 1월, 2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아홉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10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금통위의 이번 동결 결정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한은의 목표 수준(2.0%)을 웃돌고 있다는 점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전망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며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인플레이션도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지만 주요국별 경기 상황과 물가 둔화 속도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약화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양상,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고 진단했다. 고용은 취업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는 3월 중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이 2.4%로 낮아졌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전월과 같은 3.1%를 유지했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로 상승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 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말에는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및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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