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10회 연속 금리 3.5% 동결
“금통위원 6명 중 5명, 3개월 후에도 금리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
“금리 인하 깜빡이 켠 상황 아니다···켤까말까 고민 ”
“전세계적으로 금리 정책 탈동조화···미국보다 금리 인하 먼저 할 수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는 예단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향후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추이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판단하겠다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포함한 금통위원 모두 지금 상황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움직이지만 소비자 물가는 농산물, 유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반기로 들어가기 전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로 부합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결정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나머지 1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였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5명은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다”며 “나머지 1명은 공급 측 요인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조적인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금리 인하 결정에 유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유가가 안정돼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2.3%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반면 유가나 다른 여러 문제 때문에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100달러로 올라가서 굉장히 오랜 기간 머문다면 물가 전망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농산물 가격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는데 유가는 이란-이스라엘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 인하의 깜빡이를 켰다’는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깜빡이를 켰다는 건 차선을 바꾸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저희는 깜빡이를 켤까 말까 자료를 보면서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금리 피봇(통화정책 전환)을 하긴 할 텐데 올해 중 몇 번 할 것이냐는 시점의 문제라 (미국 통화정책이) 기타 국가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예전과 다른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금리 정책에 대해 탈동조화가 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도 반드시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인하한다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환율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할 여력이 작년에 비해 커졌다”며 “국내 물가 상승률에 따라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할 수도 있고 뒤에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언급된 통화긴축 기간에 대해 ‘충분히 장기간’이라는 표현을 ‘충분히’로 바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하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다 없애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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