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시 가격 30만원을 내달 15만원으로 낮춰···경쟁품목 생산 삼바에피스 움직임 주목 
종근당 “환자 편의 고려, 환급 대신 약가인하 결정”···시밀러 점유율 확대 조건은 가격정책 
“가격 경쟁력이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 영향” vs “가격 외에도 매출 변수 많아”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종근당이 자사가 개발한 ‘루센티스’의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제품 ‘루센비에스’ 약가를 현재 30만원에서 내달 15만원으로 인하한다. 업계는 오리지널인 루센티스와 역시 바이오 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아멜리부’를 겨냥, 가격 경쟁을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의 루센비에스주10mg/ml와 루센비에스프리필드시린지 약가가 조만간 인하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30만원에서 절반 수준인 15만원으로 대폭 인하가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이미 시장에서는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가 널리 알려진 상태”라며 “종근당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도 오는 2월 1일자로 15만원 자진 약가 인하가 확정됐다고 확인했다.   

이처럼 종근당이 이번에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를 결정한 것은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아멜리부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이른바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 종근당은 지난해 1월 루센비에스를 출시하며 30만원 약가를 역설한 바 있다. 당시 루센티스 약가는 82만 636원이었다. 참고로 루센티스 약가는 지난해 3월 57만 8362원으로 인하됐다. 약제급여목록에 바이오 시밀러가 등재됨에 따른 강제 약가 인하였다.  

하지만 이번 종근당의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는 기존 30만원의 절반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어서 일종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시장에서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를 들었을 때만 해도 절반 규모는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약가가 절반으로 낮아지면 기존 공급량을 두 배로 해도 매출은 그대로 되는데 종근당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와 관련, 종근당은 자사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선 현재 루센티스와 아멜리부 품목의 경우 약가는 루센비에스보다 높지만 자체적으로 환급프로그램을 지원 받고 있다. 이처럼 환급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면 환자의 약가 부담은 50% 낮춰지는데 루센비에스는 프로그램을 지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종근당은 환자 편의를 고려해 약가 인하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가격 부담을 이유로 치료에 다가가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환급프로그램보다는 약가 인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출시할 때 30만원으로 결정한 것은 환급프로그램 진행 시 약가와 동등한 부분으로 책정했다”며 “30만원도 비싸다는 시장 의견이 많았으며 바이오 시밀러 점유율 확대를 위한 주요 조건은 가격정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가 확정되자 역시 지난해 1월 아멜리부를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종근당의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받아 출시 당시 약가 46만 3773원을 두 달여만인 같은 해 3월 35만원으로 자진인하한 사례가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멜리부의 추가 약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삼바에피스 관계자는 “(아멜리부와 관련) 현재로선 향후 구체적 전략을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바에피스 동향에 밝은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시장에서 종근당의 공격적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에 삼바에피스가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방향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종근당의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향후 판매량과 매출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핵심으로 파악된다. 종근당이 기존 약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효과의 유무는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물론 다른 바이오 시밀러 출시를 준비하는 업체에게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 향후 매출과 관련, 종근당 관계자는 “루센비에스 약가 인하로 신규 환자들이 바이오 시밀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면 매출은 향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진료 현장 의견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격 경쟁력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영향력이 크며 최소한 루센티스와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는 단계적으로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된다. 57만원대와 35만원 경쟁 제품에 비해 15만원 약가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경쟁력이 제품 판매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제약사가 의사를 상대로 영업하면 기본적으로 약가를 설명하게 되고 의사와 환자 상담에서도 환자들이 인지해 처방을 희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1년여간 현장에서 영업해본 종근당이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한 사안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의약품 특히 전문의약품 시장 특수성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제품력과 영업력이 진료 현장에서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환자가 직접 전문약을 선택하지 않고 처방권은 의사에게 있으며 정작 현장에서 의약품 가격까지 논의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제약사가 영업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홍보해야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1월 루센티스 바이오 시밀러 제품을 각각 출시한 종근당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년간 경쟁에 이어 올해 2라운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약가가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처럼 삼바에피스의 추가 약가 인하가 발생할지 업계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F씨는 “가격 경쟁력 외에 종근당은 루센비에스의 프리필드시린지 제형 보유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통을 책임진 삼일제약 영업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올해 종근당과 삼바에피스의 매출 경쟁을 지켜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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