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덴스 가격, 오리지널比 13%↓···셀트리온도 약가 인하
엑스브릭 가격, 엑스지바比 2만원 저렴···경쟁제품도 내년 조정
삼성, 오리지널 절반 출시도···“현실적 수단은 가격경쟁력”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골질환 치료 바이오 시밀러(복제약)를 잇달아 출시하는 과정에서 가격경쟁력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골다공증 치료제 ‘오보덴스’와 골거대세포종 치료제 ‘엑스브릭’ 등 골질환 치료 바이오 시밀러 품목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제약사와 협력하며 가격경쟁력을 핵심전략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한 오리지널 품목은 물론 경쟁업체인 셀트리온 바이오 시밀러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 시밀러는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세포, 조직, 호르몬 등 유효물질을 이용, 유전자재결합 또는 세포배양기술을 통해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개발한 바이오 의약품이다. 글자 그대로 기존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으로 이해해도 된다.
우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한미약품은 7월 초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등의 치료제 오보덴스(성분명 데노수맙)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오보덴스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개발한 블록버스터 의약품 ‘프롤리아’의 바이오 시밀러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6조 5000억원(43억 7400만 달러)을 기록한 프롤리아의 국내 시장 규모는 1749억원에 달한다. 오보덴스 가격은 10만 8290원(60mg/1mL 기준)이다. 이는 프롤리아(60mg/1mL) 가격 12만 3760원에 비해 13% 저렴한 수준이다.
셀트리온이 올 3월 중순 출시한 ‘스토보클로(60mg/1mL)’의 현재 가격은 오보덴스와 동일하다. 당초 올 3월 18일 출시 당시 11만 1384원이던 스토보클로 가격은 7월 1일자로 현재 수준으로 인하됐다. 7월 1일은 오보덴스가 출시된 날이다. 즉 셀트리온도 경쟁 제품인 오보덴스 출시에 맞춰 같은 가격으로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력 전략이 국내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 필수적이라는 점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물론 셀트리온 정책에서 일부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골거대세포종 치료제 엑스브릭(성분명 데노수맙)을 보령이 출시했다. 엑스브릭은 역시 암젠코리아가 판매하는 ‘엑스지바’의 바이오 시밀러 품목이다. 엑스브릭 가격은 1.7mL 병당 17만 1084원인데 19만 5525원인 엑스지바에 비해 2만원 이상 저렴하다. 경쟁품목인 셀트리온 ‘오센벨트’의 1.7mL 병당 가격은 17만 5972원으로 파악된다. 엑스지바 바이오 시밀러의 경우 엑스브릭과 오센벨트 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프롤리아 시밀러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3월 18일 17만 5972원에 급여 등재된 오센벨트 가격은 셀트리온이 혁신형 제약기업이어서 가산이 인정된 사례다. 이에 가산이 종료되는 2026년 3월 18일부터는 오센벨트도 엑스브릭과 동일한 17만 1084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처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가격경쟁력 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오리지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바이오 시밀러의 초기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사실상 의약품 효능과 안전성이 동등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업계 지적이다. 국내 제네릭(복제약) 시장에서 중소 제약사들이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거는 현상과 유사한 부분이다.
대표적 사례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4월 출시한 ‘솔리리스’ 바이오 시밀러 ‘에피스클리’를 꼽기도 한다. 지난해 출시 당시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인 513만 2364원의 절반 수준이자 오리지널 제약사가 시밀러 출시에 따라 인하한 가격인 360만원에 비해 30% 저렴한 251만 4858원에 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 바이오 시밀러 시장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3년 1월 ‘아멜리부’ 출시 당시 가격 46만 3773원을 같은 해 3월 35만원으로, 다시 올 6월 15만원으로 인하한 사례가 있다.
이같은 국내 시밀러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격경쟁력 전략이 얼마나 점유율에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바이오 시밀러에 대한 수용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전략의 실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진료 현장에서 바이오 시밀러 처방 빈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며 “실제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좌우하는 부분도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가격경쟁력이기 때문에 가장 비중을 두 수 밖에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오보덴스 출시에 맞춰 스토보클로 가격을 인하한 것이 최대 근거”라며 “앞으로 국내 시장이 커지면 가격 경쟁력 여파가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