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FEOC서 소재 사용 시 보조금 제외
리튬·니켈 공급망, '비(非)중국' 호주·아르헨티나·필리핀으로 확장
음극재 공급망 다각화···아프리카산 천연 흑연 도입
"합작 계약 시 지분율 조정 가능 조건 이미 마련"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 발표가 배터리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배터리 소재 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통해 관련 리스크를 상당수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내년부터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수산화리튬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선 음극재 소재인 흑연을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에서 공급받기로 하는 등 탄탄한 핵심광물 공급망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최근 FEOC 합작기업의 중국 기업 지분율 기준을 25%로 잡으면서 배터리 부품과 소재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배터리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그간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FEOC 세부 규정 발표를 앞두고 중국 합작법인에 대한 지분율 제한 범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FEOC 세부규정 발표로 배터리 부품·소재의 ‘탈중국화’가 배터리 업계의 우선 과제가 됐다”며 “중국과의 합작법인 지분율 조정은 물론 소재 공급망부터 재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소재 업체 가운데 배터리 핵심광물 등 소재 공급망을 가장 다변화한 업체로 꼽힌다. 양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리튬과 니켈부터 음극재 소재인 흑연까지 ‘탈중국’ 공급망을 다수 갖춰왔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9일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수산화리튬 1공장 준공을 마쳤다. 생산능력은 2만1500톤(t) 규모다. 이번 수산화리튬 공장 준공으로 양극재 주요 원료를 국내에서 첫 상업 생산하게 됐다.
호주 광산개발 회사인 필바라미네랄과 합작해 만든 이 회사는 오는 2024년까지 총 4만3000t의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1공장과 같은 생산능력을 갖출 2공장 준공도 2024년을 목표로 한다.
생산된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퓨처엠에 공급된다. 원료 확보부터 가공, 제품화까지 양극재 전 생산과정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내에서 이뤄지게 되면서 IRA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포스코퓨처엠은 그룹 차원의 ‘탈중국’ 소재 공급망 확보를 통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포스코그룹은 내년부터 아르헨티나 염수 자원을 통해 리튬 1, 2단계 공장을 순차적으로 준공한다. 총 4단계에 걸쳐 염수리튬 1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리튬 생산능력을 42만3000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원계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인 니켈도 중국을 거치지 않고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놨다. 포스코홀딩스는 뉴칼레도니아 원료법인 NMC로부터 니켈 광석을 공급받는 연산 2만t 규모의 고순도 니켈 공장을 전남 광양에 건설 중이다. 지난 2021년에는 호주 니켈 광산·제련 업체인 레이븐소프 지분 30%를 인수해 호주산 니켈 공급망을 확보했다. 올 8월에는 필리핀 니켈 전문 자회사와 합작을 통해 니켈 공급망을 추가 확보했다.
음극재 소재 측면에서도 탈중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유일 천연흑연계 음극재 생산업체다. 지난달에는 OCI홀딩스와 합작한 피앤오케미칼을 통해 국내 첫 배터리 음극재 코팅용 피치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인조흑연의 원료인 침상코크스는 포스코케미칼의 자회사 피엠씨텍이 자체 생산한다.
흑연 공급망도 중국에서 아프리카 등으로 확장 중이다. 올해 1∼9월 기준 한국의 흑연 제품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천연 흑연이 97.7%, 인조 흑연이 94.3%에 달한다.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캐나다계 광업회사 넥스트소스와 마다가스카르 흑연광산 공동 투자, 호주 블랙마이닝사 증자 참여를 통한 탄자니아 인상흑연 구매 권한 확보를 추진하는 등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원료 공급망 확보에 일조하고 있다.
다만 올해 추진한 중국과의 합작법인의 지분율 조정은 숙제로 남아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월 중국 CNGR과 니켈과 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니켈 정제 법인의 중국 측 지분율은 40%지만 전구체 생산 법인 지분율은 80%에 달해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FEOC 세부규정은 의견수렴 기간 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보며 대응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합작 계약 시 지분율 조정 가능 조건을 이미 마련해 뒀다. 필요시 합작 파트너와 협의해 지분 조정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