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능력 확대에 원재료 매입 늘어···리튬 가격 하락에 수익성 타격
양극재 3사, 수요 감소에 재고자산회전율도 덩달아 하락
"재고 관리 통해 메탈 가격 영향 최소화할 것"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배터리 소재 양극재 업계가 비싸게 구매한 원재료가 쌓이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국내 양극재 업체들의 올해 3분기 기준 재고자산만 각각 1조원을 넘어섰고, 재고자산회전율도 하락하면서 수익성 또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4분기에도 리튬 가격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극재 업체들의 재고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3분기 재고자산으로만 1조1332억원을 쌓아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비엠 재고자산은 지난 2021년 3393억원, 지난해 8563억원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 모두 재고자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 포스코퓨처엠의 재고자산 규모는 지난해 8701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2434억원으로 42% 증가했고, 엘앤에프는 1조4383억원으로 같은 기간 17% 증가했다.
양극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리 많은 양의 원재료를 매입해 재고자산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3사는 매년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원재료 매입량이 크게 늘렸다.
하지만 재고자산회전율은 3사 모두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회전율이란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에코프로비엠 재고자산회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7.1회로 지난해(8.1회)와 비교해 1회 줄었다. 포스코퓨처엠은 같은 기간 4.5회에서 4.2회로, 엘앤에프는 4.7회에서 3.9회로 감소했다.
양극재 업체가 생산능력 확충에 따라 원재료 매입을 늘려온 데 비해 양극재 판매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투자 속도를 늦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가 쌓이면서 운전자본이 증가하면서 차입 부담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지난해 유상증자에서 조달한 자금 가운데 2952억원을 운전자금 지출에 썼다.
창고에 쌓인 재고가 과거 비싸게 사 온 리튬과 이를 이용해 만든 양극재 제품이란 점이 더욱 뼈아프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만 지난 2분기 대비 수산화리튬 가격이 20% 이상 하락했다. 부정적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로 양극재 판가도 덩달아 하락했다.
이에 3사의 지난 3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크게 악화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459억으로 전년 동기(1415억원) 대비 67.6% 감소했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각각 54.6%, 85.0% 폭락했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하락 영향으로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되며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됐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올 3분기에만 장기체화재고 비용으로 483억원을 지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제조업체는 호황 시기에 고객사 주문이 늘면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다만 제품 가치가 하락해 원가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겹치면서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4분기도 양극재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 리튬 등 메탈 가격이 여전히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전기차 수요 둔화 양상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낸 에코프로 관련 보고서에서 “4분기의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양극재 수요 감소로 양극재 출하 증가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 4분기 실적과 관련해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요 둔화와 주요 고객사의 연말 재고 조정이 예상된다”며 “4분기에도 재고자산평가 손실과 원재료 역래깅 영향이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재 업체들은 재고관리에 역량을 집중해 원재료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엘앤에프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원재료 매입 축소 등으로 지난 2분기 대비 재고자산을 2000억원 가까이 줄이는 등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탄력적인 대응을 통해 재고를 지속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