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백신 7종 공급권, HK이노엔→보령바이오·광동···이노엔 “다른 도입상품 계약 막바지”
이노엔, 제2형 당뇨·고지혈증약 허가 빈도 높아···로바젯과 크레메진, 제피토 고매출 올려
도입상품 많아 영업익 불리, 적은 케이캡 수수료 선호···이노엔, 독자영업·종근당·제3업체 중 택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연매출 2000억원대 규모의 MSD 백신 7종 공급권을 상실한 HK이노엔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매출 공백을 메울지 주목된다. 이노엔은 일단 다른 도입상품으로 공백을 채우겠다는 복안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MSD와 백신 품목을 공동 판매하는 제약사가 기존 HK이노엔에서 내년부터 보령바이오파마와 광동제약으로 변경된다. 해당 업체들은 이같은 내용의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광동제약은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보령바이오파마는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와 폐렴구균 백신 ‘프로디악스23’,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텍’, ‘박스뉴반스’ 영업과 판매를 맡았다. 광동제약은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과 ‘가다실9’ 영업과 판매를 진행키로 했다. 

이같은 품목을 포함, 총 7개 백신 공급권은 지난해와 올해 HK이노엔이 맡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11월 한국MSD와 계약을 체결했던 HK이노엔은 계약 종료일인 연말까지만 진행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이 판매한 7개 백신 매출은 지난해 2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1년 매출이 15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노엔 영업력이 증명된 것으로 파악된다. 단, 올해는 3분기 누적 매출이 1400억원대를 기록, 회사측은 2000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예상했다.    

HK이노엔 입장에서는 7개 품목에 대해 영업력을 가동,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년 만에 연매출 2000억원대 품목 공급권을 상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8465억원을 달성했고 올 3분기 누적 6048억원을 올려 역시 80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체 1/4에 육박하는 공백이 예상되는 것이다. 하지만 HK이노엔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다국적 제약사 및 국내 대형 제약사와 다양한 의약품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 막바지 단계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HK이노엔 고위관계자는 “도입상품은 우리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 진행해왔다”며 “2000억원대 매출 공백을 개발신약으로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 HK이노엔은 올 하반기 한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당뇨 치료제 ‘시다프비아’, 한국로슈와 인플루엔자 치료제 ‘조플루자’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 현재 판매를 진행 중이다. 특히 시다프비아 공급과 관련, HK이노엔이 다른 상위권 제약사처럼 당뇨와 고혈압으로 대표되는 만성질환 치료제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K이노엔 매출구조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3분기 누적 기준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14.2%, 기초수액 7.0%. 영양수액 4.3%, 고지혈증 치료제 ‘로바젯’ 3.6% 순이다. 전체의 58.7% 매출이 기타 의약품에서 나오는데 2000억원대 규모의 MSD 백신 7종과 역시 도입상품인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크레메진’ 등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크레메진은 올해 100억원 넘는 매출이 예상되는 품목이다.  

HK이노엔도 내부적으로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비중을 두고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수년간 제2형 당뇨병 치료제와 고지혈증 치료제 허가가 적지 않은 비중을 보였다. 대표적 만성질환 치료제로는 앞서 언급한 로바젯이 지난해 300억원을 넘었으며 올해도 이와 유사한 매출이 예상된다. 고지혈증 복합제 ‘제피토’의 경우 지난해 80억원대 원외처방액을 기록, 올해 100억원 돌파 여부가 주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은 외부에 케이캡이나 수액제 품목으로 알려졌지만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주력했고 로바젯과 크레메진, 제피토 매출이 높은 편”이라며 “단, 현재보다는 만성질환 치료제 매출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HK이노엔의 또 다른 경영 화두는 수익성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노엔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34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떨어졌다. 소폭 하락이긴 하지만 상장제약사 평균에 못 미치는 7.2% 영업이익률은 수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MSD 백신 7종 등 높은 도입상품 비중은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수익성과 관련, 주목되는 HK이노엔 현안은 올해 말 종근당과 종료되는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을 어느 업체와 진행하느냐다. 당초 10월이나 11월 결정이 예상됐던 계약에 대해 이노엔은 12월로 이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HK이노엔 고위관계자는 “경영진이 고민하고 있어 최종 계약 결정이 12월까지 갈 것 같다”며 “선정 기준은 영업력과 수수료, (이노엔에) 힘이 될 수 있는 업체”라고 정리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이노엔의 케이캡 독자 영업 가능성을 묻자 “(독자 영업도) 검토 후보에 들어있다”고 확인했다. 다른 검토 후보는 종근당과 재계약, 다른 업체와 계약 등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HK이노엔이 업체를 선정하는 최우선 기준은 수수료”라며 “이노엔 외부에서 독자 영업 관측이 늘고 있는 반면 이노엔 내부에서는 종근당과 재개약 가능성을 다소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쉽게 설명하면 2000억원 규모의 MSD 백신 7종 매출 공백을 또 다른 도입상품으로 메워야 하고 크레메진, 시다프비아 등 기존 도입상품도 적지 않다. 이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케이캡에서 최대한 수익성을 뽑아내야 하는데 수수료를 최대한 절감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는 것이 이노엔에 유리하다.     

결국 판권 상실에 따른 매출 공백을 다른 계약으로 채울 예정인 HK이노엔은 매출비중이 낮은 만성질환 품목 개발과 판매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에 있어서 수익성을 강조한 이노엔이 업계 예측대로 독자 영업에 착수할지 종근당 또는 제3의 업체와 한배를 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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