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자스타프라잔’ 허가 신청···이르면 내년 출시로 시장 재편
HK이노엔·종근당 공급계약 연말 종료···업계 “당분간 케이캡이 시장 주도” 전망
HK이노엔 연장 협상서 주도권, 핵심은 수수료율···종근당 협상서 연장 추진 전망, 영업력 강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기존 ‘P-CAB’ 제제 시장의 HK이노엔과 대웅제약 맞대결 구도가 제일약품 가세로 3파전 구도 변화 가능성이 예상된다. 이같은 시장 재편을 앞두고 올 연말 HK이노엔과 종근당의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돼 연장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자스타프라잔’의 품목허가승인신청서(NDA)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자스타프라잔은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신약후보물질이다.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기존 PPI 계열 제품보다 신속한 투약 효과는 물론, 식사와 상관 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허가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오는 2024년 자스타프라잔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내년부터 기존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에 자스타프라잔이 가세하는 3파전 구도가 예상되는 분위기다. 특히 HK이노엔과 종근당이 지난 2019년 1월 체결한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이 올해 말 종료 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계약 연장 여부가 주목된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두 제약사가 관련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간 공동판매가 최근 늘며 활발하지만 HK이노엔과 종근당 사례가 주목받는 것은 케이캡 매출 규모가 크고 HK이노엔이 사실상 독점 공급권을 종근당에 주는 방식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 1분기 케이캡이 350억원대 원외처방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돼 단순 수치로 계산하면 올 매출이 1400억원대로 예상되는 품목으로 성장했다. 알려진 대로 HK이노엔이 종근당에 케이캡을 공급하면 종근당은 이 물량을 전국 의약품 유통업체와 병의원에 납품하는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HK이노엔이 종근당에 독점 공급권을 준 것이다. 영업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P-CAB 제제 시장이 3파전으로 전환되더라도 당분간 케이캡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당초 대웅제약이 펙수클루를 출시했을 때 제기됐던 일각의 전망을 HK이노엔이 불식시키며 매출 증대를 이뤄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은 케이캡 관련 꾸준한 논문 발표와 적응증 확보, 다양한 제형, 수출물량 증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왔다”며 “결과적으로 케이캡과 P-CAB 제제 시장 규모가 모두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기존 PPI 계열 약물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P-CAB 제제 성장세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주목된다”라며 “HK이노엔은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답게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연말로 알려진 HK이노엔과 종근당의 케이캡 공급계약 종료 시점과 관련, 두 제약사는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계약 협상)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향후 케이캡 공급계약 주도권은 HK이노엔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제품을 개발한 제약사 입장에서 유리한 공급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에게 독점 공급권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핵심은 수수료율로 판단된다.
2019년 계약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시 조건은 HK이노엔에 불리하고 종근당에 유리했다”며 “케이캡이 현재처럼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계약이었고 그 결과로 HK이노엔이 적지 않은 수수료를 종근당에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은 낮은 수수료율을 희망한다”며 “이번 협상에서 종근당에게 제시할 수수료율은 2019년과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종근당 입장에서는 이미 4년 6개월을 영업, 기반을 다져놓은 P-CAB 제제 시장에서 케이캡 계약 연장이 매출 등에서 유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종근당의 지난해 케이캡 매출은 1000억원이 넘었는데 이같은 규모의 품목 도입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케이캡 구강붕해정 단독 유통이 결정된 전후로 종근당 경영진이 HK이노엔 경영진에 연락을 취한 사실이 있었다”라며 “당시 경험을 토대로 종근당은 이번 협상에서 계약 연장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올 연말 HK이노엔과 종근당이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 종료를 앞두고 진행하는 협상은 약업계 큰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연장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관측이 있지만 여러 변수가 있어 전망이 쉽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과 종근당은 내심 상대 업체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HK이노엔은 종근당 강점인 영업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태 유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K이노엔이 2019년 당시 공동판매 업체로 종근당을 선택한 기준이 영업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종근당과 케이캡 계약 연장이 불발될 경우에는 신규 업체가 자리 잡을 때까지 일정 부분 손실 가능성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P-CAB 제제 시장이 재편되는 등 시장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HK이노엔과 종근당은 단순하게 제품 계약이 아닌 시장 전체를 내다보고 판을 짜야 한다”며 “두 제약사가 어떤 계산을 갖고 협상에 나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