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수주목표 초과 달성·삼성중공업은 69%
카타르 2차 발주, HD현대중공업 17척 건조 계약···한화오션 몫 감소 우려도
무리한 수주목표 달성보단 '수익성' 방점···올 3분기 흑자 전환 유력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가운데 한화오션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21%대에 머물러 있다. 한화오션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7조5000억원에 달하는 선박을 추가 수주해야 하지만 올해가 두 달가량 남았다는 점에서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화오션은 수주목표 달성을 위한 무리한 수주보다는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성 개선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 덕에 한화오션은 한화 그룹에 인수된 지 반년 만에 12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 경영 고리를 끊고 올 3분기에는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5척, 특수선 4척 등 9척을 수주했다. 합계 수주액은 14억7000만달러(약 1조9970억원)다. 올해 수주목표치인 69억8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의 21%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년 연속 목표치를 넘기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카타르에너지와 맺은 LNG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 합의각서(MOA) 체결 건을 제외하고도 올해에만 122척의 선박을 수주해 연간 수주목표의 101.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69% 수준으로 아직 목표치를 넘기진 못했지만 카타르 2차 수주전을 통해 무난하게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화오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가 가기까지 7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오션이 목표달성을 위한 수주액은 55억1000만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7조5000억원은 올해 하반기 수주가 유력한 울산급 배치3 호위함 5~6번함의 본계약(8000억원), 장보고3 배치2 잠수함 3번함 입찰(약 1조원) 등 방산 관련 수주를 성공적으로 마친다고 가정해도 메꾸기 힘든 수치다.
기대감이 높았던 카타르 2차 발주 관련해서도 예상보다 높은 선가를 받아내기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이 신조선가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건조 계약에 관한 MOA를 체결하면서다. 최근 17만4000㎥ 기준 LNG 운반선의 신조선가는 2억6500만달러(약 3600억원)까지 급등했지만, HD현대중공업이 최종 계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척당 수주 금액은 2억2940만달러(약 3100억원)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카타르에너지와 본계약 체결만 남겨둔 상태다.
해당 계약은 카타르 2차 발주에 대한 첫 계약인 만큼 해당 선가가 향후 카타르에너지와 한화오션과의 계약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각 조선사의 역량에 달린 문제겠지만 발주처 입장에선 타 조선사와 계약한 선가를 협상 테이블에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HD현대중공업이 예상보다 많은 선박을 가져가게 된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당초 HD현대중공업은 이번 2차 발주에서 10척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총 17척을 건조하기로 계약했다. 총 40척의 2차 발주 물량에서 17척이 빠진 23척을 두고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중국 조선사가 수주전을 펼치게 됐다.
다만 한화오션은 수주목표 달성보다는 수익성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재무건전성 강화를 바탕으로 무리한 저가 수주 관행을 끊고 흑자 경영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8월 이사회에서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과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수주 활동을 펼치겠다”면서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카타르 2차 계약에서 다소 불리한 선가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게 한화오션 측 설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발주처가 같다고 선가를 똑같이 반영하진 않는다”면서 “건조하는 시기와 기타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서 먼저 공개한 계약 내용이 기준이 될 순 없다”고 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이같은 ‘수익성 우선’ 행보 덕에 흑자전환도 목전에 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21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한화오션은 12분기 만에 적자 경영 고리를 끊어내게 된다. 3년 치가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어 낮은 목표달성률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양 수석연구원은 “신조선가는 발주량보다는 조선사들의 수주잔고 영향을 크게 받는다”면서 “내년에는 후판가 등 영향으로 신조선가가 주춤할 수 있으나 국내 조선사들은 평균 3.5년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