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카타르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 건조 합의각서(MOA) 체결
남은 23척 두고 삼성중공업·한화오션 경쟁 예상···중국 조선사도 경쟁 상대

지난달 27일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왼쪽)과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담당 국무장관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 건조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는 모습 /사진=카타르에너지
지난달 27일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왼쪽)과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담당 국무장관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계약 관련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카타르에너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올 하반기 조선업계 최대 먹거리로 꼽히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2차 발주에서 사실상 수주를 따낸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계약 관련 합의각서(MOA) 체결 소식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업계 예상보다 큰 규모인 17척의 LNG 운반선을 건조하기로 하면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몫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인 카타르에너지와 지난달 27일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계약에 관한 합의각서를 맺었다. 총 계약 규모는 39억달러(약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사는 최종 계약만을 남겨뒀다.

카타르에너지 측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총 17척을 건조한다. 증권가 및 업계에서는 이번 2차 발주에서 HD현대중공업이 10척을 수주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HD현대중공업은 예상보다 7척 많은 LNG 운반선을 수주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계약 체결 전이어서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불가하다”며 “향후 계약이 체결되면 공시를 통해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의 계약 소식이 들려오면서 조만간 국내 조선 3사의 최종 계약 내용도 모두 공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계약은 카타르에너지의 LNG 운반선 2차 프로젝트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계약 관련 마무리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금액을 비롯해 세부 사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예상보다 많은 선박을 가져가게 되면서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몫이 줄어들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프로젝트 2차 발주 물량인 40척 가운데 23척을 두고 양사와 중국 조선사가 수주 경쟁에 나서면서다. 

애초 삼성중공업은 16척, 한화오션은 14척을 건조하기로 카타르에너지와 약정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계약 물량이 커지면서 양사가 30척을 모두 계약하기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HD현대중공업과 달리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66.3%, 21.1%의 수주 목표액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향후 공개될 계약 내용에 따라 양사 실적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급 LNG운반선. / 사진=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급 LNG운반선. / 사진=HD한국조선해양

경쟁자인 중국의 최근 행보도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들은 카타르와 LNG 장기 구매계약으로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는 카타르에 매년 400만톤(t)씩 27년간 석유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또 다른 국영 에너지기업인 시노펙도 카타르산 LNG 수입량을 늘리는 추세다. 

중국이 카타르 LNG 시장에서 가진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 조선사에 2차 발주 물량이 일부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타르에너지는 지난해 6월 1차 발주 때 총 65척의 신규 LNG 운반선 가운데 11척을 중국 후동중화조선에 맡겼다. 한화오션이 19척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중공업이 18척, HD한국조선해양이 17척을 수주했다. 이번 2차 발주에서도 중국 조선사가 수주에 성공한다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수주분은 예상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 

LNG 운반선과 관련해 글로벌 선사들의 중국향 발주량도 늘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 조선사들은 한 척이 LNG 운반선도 수주하지 못했지만 2021년 8척, 2022년 60척까지 수주량을 늘려왔다. 올해 들어선 글로벌 LNG 운반선 수주계약 총 42척 가운데 11척을 가져갔다.

다만 카타르에너지의 전체 발주량이 늘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카타르에너지는 카타르 LNG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2027년 1억2600만t으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차 발주 당시에도 조선 3사는 비슷한 물량을 확보한 바 있다”며 2차 발주 관련해서 카타르에너지가 슬롯 예약(도크 선점)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큰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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