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4나노 신제품 출시에 ‘희망’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반도체 칩 가격이 회복세지만 테스트 소켓 시장 반등은 멀기만 하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양품 여부를 검사하는 데 사용되는 소모성 부품으로, 출하량과 연동된다. 메모리와 달리 리노공업이나 ISC와 같은 테스트 소켓 업체가 주력하는 시스템반도체 출하량은 아직도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3~4나노급 신공정 제품들의 출시가 반등 열쇠가 될 전망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포고 타입 소켓을 주력으로 하는 리노공업은 시스템반도체 부문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퀄컴,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1000여개업체에 소켓을 납품한다. 현재 실리콘 관련 제품도 판매하고 있지만,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테스트 소켓은 포고 타입, 실리콘 러버 타입, 판재 핀 등이 있다. 전체 소켓 시장에서 포고 타입이 70% 비중으로 가장 높고, 러버 타입이 15~2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포고타입 강자 리노공업 아성에 ISC 도전
리노공업은 지난해 말 부산 본사와 생산공장을 확장 이전하는 부지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주변에 분산된 생산라인을 통합해 확장하는 것으로, 2025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가동이 시작되면 생산역량이 2배 가량 증가해 매출 확대가 전망된다. 리노공업은 지난 상반기 매출액 1242억원을 기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6G 통신 시장 개화와 함께 리노핀(포고형 테스트 소켓에 들어가는 자체 개발 핀)과 IC 테스트 소켓 기술 경쟁력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판단되며 이런 중장기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의 증설이 진행될 전망”이라며 “경쟁사들이 포고 타입 시장 침투에 노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리노공업의 시장 1위 입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실리콘 러버 소켓 1위 기업 ISC도 올 상반기 기준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전체 매출 대비 7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SC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TSMC 등 다수의 글로벌 소자업체에 제품을 공급중이다.
ISC는 실리콘 러버에서 글로벌 90% 점유율로 시장을 독점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823억 5000만원에 달한다. ISC는 지난해 포고핀 전문 기업 프롬웰을 인수하고, 제품군 다각화에 나섰다. 현재 회사 전체 매출 중 러버 타입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고 타입은 10% 수준이다. 아울러, 최근 SKC의 인수가 확정되면서 사업 확장 투자와 기술 협업, 고객사 확대 등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티에스이, 자회사 메가터치 다음달 코스닥 상장
티에스이는 상대적으로 소켓 매출 규모는 작지만, 최근 반도체 회사들의 공급망 다각화 전략에 따라 수혜를 전망한다. 회사의 올 상반기 소켓 매출 비중은 전체 대비 21.7%로, 122억원 수준이다. 티에스이는 자체 기술을 활용한 러버 타입 소켓 ‘엘튠’을 개발하고, 삼성전자, 퀄컴 등에 공급하고 있다. 타입별 매출 비중은 러버가 80%, 포고 타입이 20%에 달한다. 현재 메모리와 비메모리용 제품을 모두 납품 중이며, 시장 현황에 따라 시스템반도체 비중이 5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와 함께 자회사 메가터치가 포고핀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배터리와 반도체 부문 비중이 각각 45.1%, 44.6% 정도였는데 올 상반기에는 반도체 비중이 크게 줄어 65.9%, 23.7% 수준이 됐다. 포고핀 매출은 작년까지 계속 늘다 올해는 주요 고객사의 비메모리용 소켓 매출 감소에 의해 4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가터치는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내달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회사는 반도체 포고핀 부문에서 파인 피치(Fine pitch)급 제품에 대한 기술 확보 등을 위해 R&D를 지속 추진해 나간단 방침이다.
반도체 부품업계 관계자는 “테스트 소켓의 경우 칩 가격 보다는 칩 출하량 증감 여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직은 드라마틱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업황 회복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증대하는 한편, 제품군도 기존보다 늘리는 등 고객사에 어필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빅테크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부문 신공정 제품들이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팹리스 퀄컴은 내년 3나노를 적용한 스냅드래곤 8 4세대 프로세서를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3나노 수율 이슈로 출시가 지연됐던 자체 제작칩 M3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기존 5나노 공정으로 제작된 M2 대비 전력과 효율성을 크게 확대한 제품으로, 애플은 내년 M3를 탑재한 맥북과 14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할 전망이다.
인텔은 고성능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에라포레스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내년 초 차세대 모바일 칩 엑시노스 2400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2년 만에 자체 제작 칩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