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제친 아사히···7월 맥주 소매점 매출서 아사히 3위·켈리 4위 기록
경쟁 심화되는 가정용 시장, 규모 줄고 경쟁자 늘어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일본 맥주 인기가 급증하며 가정용 맥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 '켈리'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4월 출시된 켈리가 99일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일본 맥주인 아사히가 켈리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맥주 아사히는 지난 7월 맥주 소매점 매출 3위를 달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7월 일본 아사히 맥주 소매점 매출은 277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하이트진로 켈리의 매출은 233억9400만원에 그쳤다.
주류 시장 성수기인 7월 맥주 경쟁에서 일본 맥주인 아사히가 하이트진로의 켈리를 제친 것이다. 지난 7월 소매점 매출 순위는 카스, 테라, 아사히, 켈리 순으로 이어졌다. 그중 올해 4월 출시된 켈리는 출시 첫달 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어 5월 132억원, 6월 261억원으로 매출 증가세를 보였으나 7월 233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 맥주 아사히 매출은 4월 60억원, 5월 125억원, 6월 85억원, 7월 277억원으로 움직였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5월과 7월 매출을 견인했다. 아사히 생맥주캔은 지난 5월 국내에 한정수량으로 출시돼 품절대란을 일으켰고, 이어 7월 공식 출시됐다.
아사히 인기에 일본 맥주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일본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에 맥주 수입국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른 올 1∼8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3만6573t으로 전체 맥주 수입량의 약 21.9%를 차지한다.
◇ 아사히 생맥주캔 인기에···'테라+켈리' 난관 봉착
켈리는 올해 4월 하이트진로가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켈리' 투트랙 전략을 전개해 오비맥주 카스를 제치고 맥주시장 1위를 탈환하고자 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가 남아있었던 데다가, 아사히 생맥주캔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아 하이트진로 경쟁상대로는 업계 선두인 오비맥주 정도만 언급됐다.
하이트진로는 켈리 출시 초반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기용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테라+켈리는 카스 견제에 성공한 듯 했다. 지난 6월 일부 대형마트(전국)에서는 켈리를 포함한 하이트진로의 제품 점유율이 49.6%를 기록, 올 3월 대비 약 7%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또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매출이 오비맥주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7월 국내에 공식 진출한 아사히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하이트진로의 투트랙 전략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테라+켈리는 아사히에게 시장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주 가정용 시장 점유율을 계산하면 테라+켈리의 점유율은 올해 4월 15.42%, 5월 16.95%, 6월 18.33%로 늘어나다가 7월 17.71%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지난 7월 아사히의 점유율은 8.09%로 전월 대비 약 6%p 올랐다.
◇ 규모 줄고, 경쟁자 느는 가정용 시장
맥주 가정용 시장은 신제품 출시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먼저 가정용 시장은 유흥 시장에 비해 신제품이 자리잡기 쉽다. 유흥 채널인 식당, 술집 등에서 보유한 주류 냉장고 수는 한정적이기에 신제품이 들어갈 자리가 좁다. 하지만 가정용 시장에서는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바로 선보일 수 있다.
가정용 시장에서 제품이 인기를 끌면 그 인기가 유흥시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시장과 유흥 시장은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며 "가정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을 식당에서 찾고, 식당에서 맛본 맥주가 맛있으면 편의점, 마트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정용 시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그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른 맥주 소매점 매출은 2020년 4조3700억원, 2021년 4조2400억원, 2022년 4조1300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 2조500억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대로 9%가량 규모가 줄었다.
가정용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는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새로'로 소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롯데칠성음료가 연내 맥주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최근 기네스, 삿포로, 하이네켄 등의 수입맥주도 팝업스토어 등의 행사를 열며 가정용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기존 가정용 시장 강자인 오비맥주는 가정용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카스 500ml 캔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가정용 시장에서 카스의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통상 맥주 신제품이 자리잡는 기간을 6개월~1년으로 본다. 켈리는 출시 후 6개월여가 지났다. 지난 7월 가정용 시장에서 한 번 꺾인 켈리의 상승세가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7월 켈리 매출이 전월 대비 감소한 이유는 7, 8월 가정 채널에서 켈리 1억병 돌파를 기념해 가격을 인하한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켈리 판매량이) 다소 증가했으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